[원더풀! 세계의 비경]<상>뉴질랜드 남섬 - 빙하

  • 입력 2004년 8월 19일 20시 18분


코멘트
서던알프스 산맥의 계곡 하나를 완벽하게 뒤덮은 '얼음의 바다' 태즈먼 빙하. 주름지듯 깊이 팬 빙하의 얼음산 아래로 스키플레이트를 달고 빙하의 설면에 착륙한 스키플레인과 관광객들이 보인다.
서던알프스 산맥의 계곡 하나를 완벽하게 뒤덮은 '얼음의 바다' 태즈먼 빙하. 주름지듯 깊이 팬 빙하의 얼음산 아래로 스키플레이트를 달고 빙하의 설면에 착륙한 스키플레인과 관광객들이 보인다.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를 얼음으로 가두는 지구 빙하기. 끔찍한 기상이변을 경고한 할리우드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스스로가 이 가상의 지구재난 시나리오를 가장 현실감 있게 느낀 사람 가운데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10년간 지구 곳곳의 빙하에서 일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알프스의 빙하마을 중 하나인 사스페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는 10년간 몇 배로 빨라졌다. 융프라우요흐 지역(스위스)의 빙하마을 그린델발트 역시 마찬가지.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던 지난 100년과는 판이하다.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 1995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전 세계인에게 지구자연보호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며 내건 포스터의 문구다. 여기에는 지구가 제 모습을 유지할 때 우리의 미래도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에코투어리즘(생태관광)은 이 시대 여행의 화두가 되고도 남는다.

그런 생태여행의 목적지 가운데서도 빙하는 특별하다. 극한의 오지에만 있는데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크기 때문. 영화 ‘투모로우’에서 보듯 곧 닥칠지도 모를 재난 가운데 가장 개연성이 높은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운트쿡 국립공원의 태즈먼 빙하 계곡을 비행 중인 스키플레인.

그런데 이 지구빙하 가운데 지구온난화에도 녹지 않는 것이 있다.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태즈먼 빙하다.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기온과 강수량의 유지로 아직도 녹는 양보다 생성되는 양이 더 많으며 빙하의 끝자락이 수평의 지면에 놓여 녹는 속도가 늦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태즈먼 빙하를 찾아 서던알프스 산맥으로 향했다. 해발 3000m급 봉우리가 17개나 되는 이 험준한 산맥. 뉴질랜드 최고봉인 마운트 쿡(해발 3754m)도 여기 있다. 이 산맥에는 태즈먼 빙하 외에도 프란츠 조제프, 폭스 등이 있다. 여기에 빙하가 발달한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산, 연간 4000mm의 강수량, 남극과 멀지 않은 위도 등등.

태즈먼 빙하가 있는 곳은 마운트 쿡이 있는 마운트 쿡 국립공원 안. 길이 26km, 폭(최대) 9km, 두께(최대) 600m나 되는 이 거대한 ‘얼음의 바다’는 마운트쿡 봉우리 아래 계곡을 온통 뒤덮고 있다.

빙하투어란 쉽지 않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다. 연평균 149일의 강수일수 탓에 항공기 운항은 금지되기 일쑤다. 첫 번째 시도는 악천후로 실패. 마운트쿡 빌리지의 허미티지 호텔에서 통유리창 너머 설산풍경만 보다 돌아왔다.

다시 찾은 것은 2년 후. 마침 하늘은 쾌청했고 항공기 운항도 OK. 세스나 경비행기에 스 키플레이트를 장착한 스키플레인은 해발 3000m급 산악만 5개가 포진한 국립공원의 설산 계곡을 비행했다. 마운트쿡 봉우리 옆도 지났다.

공중에서 내려다보이는 빙하계곡은 지리교과서 그대로다. 지금은 녹아 없어진 빙하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도중 형성시킨 흙더미인 ‘모레인’(둑), 그 둑에 빙하 녹은 물이 담겨 생긴 호수 ‘터미널레이크’, 넘친 물이 흘러내려가 강을 이루는 과정이 한눈에 보였다. 잉크에 우유를 탄 듯한 밀키블루 빛깔의 빙하 물빛은 환상적이다.

계곡의 태즈먼 빙하가 보였다. 비행기는 스키를 타듯 빙하의 설원위로 활강하며 가볍게 내려앉았다. 여의도 광장보다 더 큰 야트막한 경사의 설원. 반사된 햇빛으로 눈을 뜨기조차 힘든 태양의 제국이었다.

가까스로 선글라스를 통해 확인한 주변 풍광. 전방 바위설산 아래 빙하의 산이 있었다. 산기슭처럼 비스듬히 계곡의 암벽을 향해 치솟은 빙하는 주름잡히듯 곳곳이 깊게 패어 있다. 골 안의 그림자, 설원의 스키 플레인과 대비해 보고 나서야 엄청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이 빙하계곡에서는 스키도 탄다. 스키 플레인으로 내린 계곡 상단에서 골을 타고 자연설 슬로프를 다운힐 하는 방식. 한 차례 활강 거리가 6∼7km(최대 9km)나 되며 하루 2회 다운힐을 한다. 물론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못 타는 날이 더 많기는 하지만.

○ 여행정보

◇태즈먼빙하 △찾아가기 ①자동차=크라이스트처치로부터 322km ②코치투어(버스패키지)=퀸스타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매일 출발(오전 7시30분). ③항공기=마운트쿡 공항∼오클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퀸스타운. 매일 운항. △여행일정=대개 크라이스트처치, 퀸스타운, 오클랜드를 오가는 도중에 들러 당일투어로 즐긴다.

◇정보 사이트 △뉴질랜드관광청(영문·한글)=www.newzealand.com △마운트쿡 스키플레인=www.aorakiaero.co.nz △마운트쿡 국립공원 코치투어=www.greatsights.co.nz www.newmanscoach.co.nz △헬리스키=www.skithetasman.co.nz △박경숙여행사=www.skiexpress.com

마운트쿡(뉴질랜드 남섬)=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