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 설립 동아일보가 제안”…최호진 前연세대교수 증언

  • 입력 2004년 8월 22일 18시 22분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학술원 설립의 최초 구상을 동아일보가 제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학술원 초대회원인 최호진전 연세대 교수(90·경제학·사진)는 최근 발간된 ‘대한민국학술원 50년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증언했다. 최씨는 김용섭(73·전 연세대 사학과 교수) ‘50년사’ 편집위원의 사회로 역시 초대회원인 안동혁 전 서울대 교수(98·화학)와 가진 좌담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조선학술원을 (1945년) 8월 16일에 만들었지요. 그러니까 참 빨랐죠. 아마도 ‘중앙아카데미’에 대한 구상 이래의 준비기간이 있음으로써 이같이 빨리 설립되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한민국학술원의 전신인 조선학술원은 광복 다음날 백남운 홍명희 백낙준 이양하 우장춘 등 좌·우·중도학자들이 모두 모여 결성해 1년 동안 활동을 하다가 해체됐다. 최씨가 말한 ‘중앙아카데미’ 구상은 동아일보 1936년 1월 1일자에 실린 기사를 말하는 것이다. 이날 신년특집호로 본면 4면과 부록 48면을 낸 동아일보는 부록 ‘기1’의 2면과 3면 전체를 ‘문화조선의 다각적 건축’이라는 제목의 특집으로 꾸몄다. ‘조선의 학자, 과학자, 재산가’들이 힘을 합쳐 학술, 과학, 문예 등의 영역을 연구 발전시킬 기구를 만들자는 취지로 각계 학자들에게 그 방안을 물은 것.

당시 조선경제학회 회장이자 동아일보 ‘객원기자’였던 백남운은 ‘학술기간부대의 양성, 중앙아카데미 창설’이라는 글에서 ‘첫째, 현존한 각 학술단체를 슬하에 모을 수 있는 중앙적 기구일 것 둘째, 조선 내에 있는 민간의 전문 이상 학원에 있는 각 연구실의 협력을 구할 것’이라며 학술원 창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한민국학술원 설립 구상을 최초로 제시한 백남운의 ‘중앙아카데미 창설’ 글이 실린 동아일보 1936년 1월 1일자 신년특집호.-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밖에도 백낙준 당시 연희전문 교수, 도산 안창호 선생 등 각계 인사 11명의 학술원에 대한 의견을 실었고,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소련 등 선진국의 학술연구소를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김용섭 편집위원은 “당시 그 기사를 실은 뒤 동아일보가 조선총독부로부터 혼이 났다고 들었다”며 “아쉽게도 일제가 이후 중일전쟁을 시작하는 등 전시체제로 돌입해 동아일보의 제안이 즉각 실현되지 못했지만 동아일보의 구상은 학자들 머릿속에서 충분히 구체화되어 있다가 광복 직후 곧바로 조선학술원 성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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