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3인극 ‘우먼’ 29일까지 공연

  • 입력 2004년 8월 23일 17시 33분


베케트의 부조리극을 세미 뮤지컬로 만든 ‘우먼’. 왼쪽부터 이정한 박준면 김영주씨.-사진제공 PoA
베케트의 부조리극을 세미 뮤지컬로 만든 ‘우먼’. 왼쪽부터 이정한 박준면 김영주씨.-사진제공 PoA
3인극 ‘우먼(Woman·연출 서승준)’은 부조리극에 노래와 춤으로 ‘설탕’을 입힌 작품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부조리극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연극(Play)’이 원작. 원작은 겨우 8분 길이의 짧은 단막극인 탓에 거의 무대에 올려지지 않았다. ‘우먼’은 원작을 고스란히 살린 채 뒷부분에 재즈, 자이브, 룸바 등을 추가해 1시간짜리 ‘세미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등장인물은 ‘남자’, 남자의 본처인 ‘여자1’, 그리고 남자와 내연의 관계인 ‘여자2’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세 사람은 ‘개별성’이 부여된 존재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반영한 ‘대표단수’다. 삼각관계지만 한번도 서로 대화를 주고받지 않는다. 대신 독백과 방백을 통해 극의 내용을 이끌어가며 의사소통 부재와 소외를 표현했다.

원작에서는 세 사람 모두 얼굴만 내놓은 채 항아리 속에서 얘기한다. ‘항아리’는 어찌 해 볼 수 없는 갇힌 상황을 의미한다. ‘우먼’은 이 설정을 깨고 주인공들에게 움직임을 부여한다. 대신 시작과 끝 부분에서 주인공의 얼굴을 커다란 액자 틀에 담아 ‘갇혀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베케트의 작품을 과감하게 변형한 ‘독특함’과 ‘실험성’에 있다. 가창력 있는 두 여배우 박준면과 김영주가 부르는 노래는 원작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큰 매력이다.

‘부조리극은 설탕을 입혀도 여전히 부조리극’일 수밖에 없지만 뮤지컬 ‘우먼’은 원작에 비해 주인공들의 불안과 좌절의 심리상태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베케트가 과연 자신의 부조리극을 더 ‘조리 있게’ 만들고자 한 이 작품을 반겨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독특한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29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 02-3141-8979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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