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부조리극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연극(Play)’이 원작. 원작은 겨우 8분 길이의 짧은 단막극인 탓에 거의 무대에 올려지지 않았다. ‘우먼’은 원작을 고스란히 살린 채 뒷부분에 재즈, 자이브, 룸바 등을 추가해 1시간짜리 ‘세미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등장인물은 ‘남자’, 남자의 본처인 ‘여자1’, 그리고 남자와 내연의 관계인 ‘여자2’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세 사람은 ‘개별성’이 부여된 존재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반영한 ‘대표단수’다. 삼각관계지만 한번도 서로 대화를 주고받지 않는다. 대신 독백과 방백을 통해 극의 내용을 이끌어가며 의사소통 부재와 소외를 표현했다.
원작에서는 세 사람 모두 얼굴만 내놓은 채 항아리 속에서 얘기한다. ‘항아리’는 어찌 해 볼 수 없는 갇힌 상황을 의미한다. ‘우먼’은 이 설정을 깨고 주인공들에게 움직임을 부여한다. 대신 시작과 끝 부분에서 주인공의 얼굴을 커다란 액자 틀에 담아 ‘갇혀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베케트의 작품을 과감하게 변형한 ‘독특함’과 ‘실험성’에 있다. 가창력 있는 두 여배우 박준면과 김영주가 부르는 노래는 원작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큰 매력이다.
‘부조리극은 설탕을 입혀도 여전히 부조리극’일 수밖에 없지만 뮤지컬 ‘우먼’은 원작에 비해 주인공들의 불안과 좌절의 심리상태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베케트가 과연 자신의 부조리극을 더 ‘조리 있게’ 만들고자 한 이 작품을 반겨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독특한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29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 02-3141-8979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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