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이 명데스크’라는 게 자랑일 수는 없다. 최고권력자의 사전 신문검열을 인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선전 선동기구로 보는 공산국가에서 이를 통제하는 건 민주국가에서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것만큼 당연하므로 흉이 아닐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이후 언론통제가 국가신뢰를 추락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잠시 언론을 존중하는 듯했으나 다시 고삐를 당겼다. 후진타오 주석은 당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민감한 문제에 관한 논의는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덩샤오핑은 좀 달랐다. 1957년 3월 19일 인민일보는 막 발진한 대약진운동에 대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설을 썼다. “공산당원이 아닌 사람들이 하는 비판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넣은 사람이 덩이었다. 9월 30일 사설 ‘대중의 비판과 의견을 듣자’의 사전 원고를 본 덩은 ‘대중으로부터 비판과 의견을 되풀이해 간청하자’로 고치면서 세 차례나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1월 1일 사설에서 그는 대중의 비판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비판’까지 필요하다고 다시 지적했다. 연속해서 106회나 사설, 기사를 고친 적도 있다고 했다.
▷덩이 중국 경제는 몰라도 언론과 민주 발전을 가져왔다고 하긴 어렵다. 인민일보 편집진이 덩을 추모하며 쓴 글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덩은 언론이 사회 통합과 안정에 보탬이 돼야 한다면서도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비판이 아니라 침묵”이라고 했다. 언론 비판을 못 참는 리더와 침묵의 위험을 아는 리더, 어느 쪽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지는 생각해봄 직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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