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곤 교수의 Really?]전자레인지 들여다봐도 괜찮아요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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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로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을 익히는 장치다. 우리는 전자레인지의 창문에 붙어 있는 구멍이 촘촘히 뚫린 그물을 통해 음식이 익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음식을 익힐 정도로 강력하다면 창문을 통해 나와 우리 몸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전자기파의 유해성에 대해 논란이 많다보니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구입한 전자레인지가 불량품이 아니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전자레인지에서 사용되는 전자기파는 파장이 길어 그물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파동은 자신의 파장보다 간격이 큰 그물은 통과할 수 있지만 이보다 작은 그물을 만나면 통과하지 못하고 반사된다. 전자레인지의 전자기파(마이크로파)는 파장이 약 10cm인데, 그물 구멍의 지름은 수mm에 불과하다.

따라서 마이크로파는 유리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만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내부 벽이 금속판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이크로파의 반사가 입체적으로 이뤄져 음식이 골고루 익는다. 전자레인지는 음식이 놓이는 내부 한가운데에 마이크로파가 가장 많이 집중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에 비해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의 파장은 그물 구멍의 지름보다 훨씬 짧다. 그래서 우리는 안에서 요리가 진행되는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구멍을 통해 새어나오는 맛있는 냄새도 맡을 수 있고.

휴대전화도 마이크로파를 이용한다. 이 경우에는 얼굴을 대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얼굴이 마이크로파에 직접 노출된다. 물론 인체에 해로운 세기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자기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일 누군가 ‘휴대전화용 마이크로파 차단장치’를 판다면 장사가 잘될 것 같다.

이런 장치가 판매된다면 믿지 말기를.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는 기지국으로 전송되는 전파다. 이 장치가 있다면 휴대전화의 송수신 상태를 방해할 뿐이다.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피해는 마이크로파가 아니라 통화에 정신을 뺏겨 우리와 부딪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cha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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