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하나은행 방효진 IB 사업본부장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57분


하나은행의 방효진 투자은행 사업본부장이 집에서 색소폰을 불고 있다.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색소폰이 이제는 또 하나의 인생 반려가 됐다.-김창원기자
하나은행의 방효진 투자은행 사업본부장이 집에서 색소폰을 불고 있다.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색소폰이 이제는 또 하나의 인생 반려가 됐다.-김창원기자
“일에 지치고, 마음이 복잡할 때 악기를 연주하면 정신적 샤워를 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나은행의 방효진(方孝進·50) 투자은행(IB) 사업본부장은 삶이 고될 때마다 색소폰을 분다. 23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그의 집을 찾았을 때도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제 막 케니지의 ‘하바나’, 레이 찰스의 ‘아이 캔트 스톱 러빙 유’ 등 연이어 3곡의 연주를 마친 뒤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색소폰이 한 가지만 있는 줄 알지만 알토, 소프라노, 테너 등 종류가 다양해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각각의 색소폰도 주는 느낌이 제각각이죠.”

그는 색소폰 외에도 피아노 클라리넷 대금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룬다. 3, 4평 남짓 돼 보이는 2층 거실에는 그 악기들과 스피커, 음악 편집기 등이 어우러져 웬만한 스튜디오를 방불케 했다. 그 중에서도 색소폰은 지난해 말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서 동호회원들과 함께 연주회를 가졌을 정도로 전문연주자 뺨치는 실력을 자랑한다.

고교 시절부터 취미생활로 여러 악기를 접했지만, 정작 색소폰과의 인연은 뒤늦게, 남다른 계기로 시작됐다. “업무상 술자리가 많은데, 술도 못하고 노래도 시원찮은 저에게는 몹시 괴로운 일이었어요. ‘고객 감동’을 위해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는 ‘연주는 해석’이라고 말한다. 악보는 정해져 있지만 연주자가 곡을 어떻게 풀이하고 주법을 달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전혀 다른 창조물이 된다는 것.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자산운용 등 IB 업무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상황을 읽는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연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질 때의 느낌은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 계약으로 이어졌을 때의 만족감과 비슷하죠. 일이든 음악이든 궁극에 가면 하나로 귀결된다고 할까요.”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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