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戰後 독일 그들은 희망이 그리웠다…‘베른의 기적’

  • 입력 2004년 8월 25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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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소재로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 ‘베른의 기적’.- 사진제공 프리비젼
축구를 소재로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 ‘베른의 기적’.- 사진제공 프리비젼
지구상의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축구. 때로 전쟁에 비유되기도 하며 실제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월드컵 예선전이 도화선이 돼 이른바 ‘축구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또 다른 해석도 있다.

“공 하나 놓고 24명이 열심히 쫓아다니는 게 축구다.”

영화 ‘베른의 기적’에 등장하는 스포츠담당 기자 부인의 말이다. 한 팀에 11명이 뛴다는 것도 모르는 문외한의 주장이지만 저마다의 기호나 애정을 뺀다면 객관적 묘사일 수도 있다.

영화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기적’으로 표현된 독일의 월드컵 우승을 소재로 했다. 축구를 소재로 했지만 ‘축구 영화’는 아니다.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들, 갈등을 벌이는 기자와 그의 부인, 현실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독일인들…. 그들의 가슴에 축구가 희망의 꽃을 피우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영화 속에 묘사되는 전후 독일 풍경은 궁핍하고 어둡다. 축구선수 ‘란’을 우상으로 여기는 소년 마테스(루이스 클람로스)는 어머니의 술집에서 꽁초를 모아 담배를 만들어 팔고, 일거리가 없는 어른들은 맥주로 시간을 때운다. TV가 귀했던 시절 술집에서는 TV를 보려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있다 11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피터 로메이어)는 축구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아들 마테스와 갈등을 겪는다.

스위스 베른의 월드컵 경기 모습과 경기장으로 향하는 부자의 여정이 교차되면서 긴장, 갈등, 화해, 기쁨 등 감정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극중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한 두 사람은 실제로도 부자관계. 2003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 2004년 샌프란시스코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9월 10일 개봉. 전체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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