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1시. 경남 산청군 지리산 자락의 천주교 마산교구 지리산연수원에 모인 이들은 지금 ‘향심기도’ 중이다.
향심기도(向心祈禱·Centering Prayer)는 말 그대로 자신의 내면 가장 깊숙한 중심을 향한 기도다. 기독교에서 기존의 기도가 자신의 말과 생각을 통해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라면 향심기도는 그런 노력을 최대한 배제한다. 기도를 시작하기 전 ‘내 안에’ 있는 하느님은 이미 나를 부르는 기도를 시작하셨고, 그저 그 초대에 응답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날 향심기도를 이끈 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 이청준 신부는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께 ‘동의’하는 노력만 하면 된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돈, 인정, 지위, 쾌락, 이념, 감정 등을 우리 자신과 일치시킵니다. 거짓 자아인 셈이죠. 향심기도는 여기서 자유로워져 ‘참 나’를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일치를 체험하는 것이죠.”
말과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잡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때는 잡념을 받아들인 뒤 그대로 떠나보내라고 가르친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꾸준히 수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 나로 되돌아가기 위해 매일 물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17일부터 시작한 이 향심기도 수련회에는 일반인과 신부, 수녀, 개신교 목사 등 25명이 참가했다. 미사와 강의, 향심기도로 이뤄진 하루 일과 중에는 모든 사람들이 침묵해야 한다.
수련회에 참석한 주부 황혜순씨(45·경남 진주시)는 남편과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로 괴로워하다 3년 전 향심기도로 수련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얻었다고 한다.
“침묵하는 중에 내 자신을 정확히 들여다보니 누구를 비난하고 흉볼 필요가 없어졌어요. 세속적으로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지만 내면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솟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가더군요.”
향심기도에 대해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기도’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 신부는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서 근원적인 고독과 침묵의 의미를 알고 나면 사회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향심기도는 3∼4세기 초기기독교시대 영성수련의 하나였다. 하지만 종교개혁 이후 이성주의, 합리주의가 퍼지자 교계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1970년대 미국 시토수도회의 토머스 키팅 신부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발견된 뒤 세계로 퍼졌다. 한국에서는 성직자와 신도들이 개별적으로 해 오다 2002년 이를 보급, 지원하는 한국관상지원단이 생겼다. 02-421-1967∼8
산청=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편안한 자세로 하루 20분씩 두번 수련▼
눈을 감고 편안하게 앉는다. 의자에 앉아도 좋고 가부좌를 틀어도 좋다. 기도를 하는 중 육체적,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허리는 바르게 편다.
기도 중 잡념이 들 때,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거룩한 단어’를 선정한다. 간단한 기도를 통해 단어를 선정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주님, 예수, 아버지, 어머니, 사랑, 평화, 빛, 길 등이다. 잡념이 들면 이들 단어를 조용히 머리에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잡념은 향심기도에 아주 정상적인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기도가 끝나면 1∼2분간 눈을 감고 침묵한다. 정신이 외부의 감각세계에 적응하는 시간이다. 이런 기도를 하루에 최소 20분간씩 두 번 한다. 오전에 잠을 깨고 난 직후, 해가 지기 전에 각각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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