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크고 짙은 눈과 큰 입을 갖고 있었고, 쾌활하고 생기가 넘쳤다. 목과 팔은 가늘었고 어깨는 가냘팠으며 가슴은 약간 부풀어 있었다. 순수함과 매혹의 작은 기적.”
톨스토이는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주인공 나타샤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는 1956년 영화 ‘전쟁과 평화’에서 나타샤 역을 맡은 오드리 헵번을 그대로 예언한 것처럼 보인다.
1999년 오드리 헵번 탄생 70주기를 맞아 이탈리아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기념해 제작된 이 책은 300여장의 사진과 약간의 글로 ‘헵번 스타일’을 예찬한다.
그는 전 생애를 통해 그만의 스타일을 유지했다. 그것은 단순함, 편안함, 우아함의 총합이었다. 유행을 따른 적은 없었다. 자신의 취향을 따랐을 뿐이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은 그를 따라했다.
디바 마리아 칼라스는 ‘로마의 휴일’에 나온 그를 모방하기 위해 살을 36kg이나 뺐다. 그가 사인해 준 사진을 언제나 가지고 다니면서 자극으로 삼았다.
이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의 선글라스, 작고 검은 드레스(사람들은 영어 약자로 줄여서 LBD·Little Black Dress라고 부른다), 낮은 굽의 정장 구두, 짧고 화려하지 않은 오버코트, 발목 길이의 바지와 하얀 티셔츠, 검은 레오타드(몸에 달라붙는 무용복)에 열광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헵번 스타일’의 영속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그의 인간적인 면에서 해답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우리가 첫 촬영을 하던 날 그가 촬영장에 나타났을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그를 좋아하게 됐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영화 ‘하오의 연정’ 감독 빌리 와일더)
“나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아니, 그들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편이 적절하겠다.”(사진작가 밥 월러비)
또한 그의 순수함과 천성의 자연스러움에 매료됐다.
“커다란 사슴 같은 눈과 저항할 수 없는 미소의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이었다. 개구쟁이 같은 천진함이었다.”(살바토레 페라가모 박물관장 스테파니아 리치)
“연기를 할 때나, 구두나 핸드백을 살 때나 한결같이 자연스러웠고 가공된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살바토레 페라가모)
“이 세상 언어로는 묘사할 수 있는 형용사가 부족한 창조물인 오드리 헵번”(철학자 롤랑 바르트)은 1929년 5월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1993년 1월 20일 스위스 톨로셰나 자신의 집에서 숨졌다. 그러나 그의 스타일은 영원히 남아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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