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지난해 타계한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유대-아랍민족간 화합을 위해 6년 전 창설한 교향악단. 유대인과 아랍인 청소년 연주자들을 반반씩 선발해 공연을 갖고 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은 독일의 문호 괴테가 만년에 지은 시집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문화권 간 화합의 염원이 담겼다. 괴테는 14세기 이란 시인 하피즈의 시를 읽은 뒤 동방의 신비로운 정서에 마음을 빼앗겨 ‘서동시집’을 완성했다.
이달 초 바비컨 센터에서 열린 공연에 앞서 바렌보임은 “유대인이 실수하지 않고 잘 해내기를 아랍인이 간절히 바라는 광경을 다른 곳에서 보기 쉽겠는가?”라며 이 악단이 갖는 상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은 “이 악단이 막상 본고장에서는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단 이래 이 악단의 목표인 예루살렘 공연이 ‘보안상’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는데다, 팔레스타인은 고사하고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등 연주자들의 출신지 어디서도 공연을 성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정작 연주돼야 할 현장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것은 예술도 때로는 피폐한 현실에 압도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유사 이래 예술의 힘은 ‘당장’의 현실보다 긴 시간 속에서 위력을 발휘해 왔다. 혹 30년 뒤에는 적대하던 두 민족이 ‘음악의 힘으로 화해를 이뤘다’며 박수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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