乾은 소전체에서 乙(새 을)과 G(해 돋을 간)으로 구성되었는데, ‘설문해자’에서 乙은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G은 태양(日·일)이 숲 사이 솟아오를 때 빛이 온 사방으로 뻗는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그래서 乾은 초목이 햇빛을 받으며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
坤은 의미부인 土(흙 토)와 소리부인 申으로 이루어졌는데, 申은 의미부도 겸한다. 坤은 땅을 뜻하기 때문에 의미부로 土가 채택된 것은 쉽게 이해되지만 申이 소리부이자 의미부로 채택된 연유는 좀 더 깊은 관찰을 요구한다.
申은 지금은 간지자로 쓰이지만, 갑골문에서는 번개의 모습을 그렸다. 강렬한 섬광을 내뿜으며 번쩍이는 번개의 모습을 그린 申이 이후 간지자로 가차되자 원래 의미는 雨(비 우)를 더해 電으로 분화했다. 번개는 비가 올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개는 단순한 자연현상뿐 아니라 여러 상징을 가진다. 여러 문명권에서 번개는 햇빛과 마찬가지로 번식과 파괴의 양면을 가지는 상징으로 이해되지만 중국에서는 자연의 대단한 힘과 무한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번개(申)를 제사(示·시) 대상으로 삼아 그 어느 신보다 중시하던 모습을 그린 것이 神이다. ‘번개 신’이 이후 모든 ‘신’들의 총칭으로 자리 잡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번개는 음전기와 양전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현상이다. 음과 양의 결합은 새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래서 坤은 대지(土)가 갖고 있는 생명력(申)의 상징이다. 坤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地(땅 지)가 土와 여성의 음부를 그린 也(이끼 야)로 구성되어 대지가 갖는 생명력을 형상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머리를 크게 그린 사람의 정면 모습을 그려 머리와 맞닿은 하늘을 그린 天(하늘 천)이 실제 존재하는 하늘을 뜻한다면 乾은 초목 등 만물을 성장하게 하는 태양과 같은 하늘의 역할을 형상화한 글자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土에 생식력의 상징인 也가 더해진 地가 실제 존재하는 땅을 뜻한다면, 坤은 대지 위의 만물의 생장을 주관하는 땅의 기운이나 神 등을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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