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 반칠환 시인 연재 1년 맞아

  • 입력 2004년 8월 31일 18시 20분


시인 반칠환씨가 매주 아름다운 시 한 편에 자신의 ‘덧글’을 써서 동아일보에 연재해 온 ‘이 아침에 만나는 시’가 1일로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9월 1일 정가일 시집 ‘얼룩나비 술에 취하다’(종려나무 펴냄)에서 고른 ‘부부’로부터 시작해 지난달 28일 양성우 시집 ‘물고기 한 마리’(문학동네 펴냄)에 나오는 ‘새우잠’을 소개한 것까지 1년을 “산삼 찾아다니는 심마니처럼 보냈다”고 그는 말한다.

“최근까지 중앙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는데, 제가 고른 시들을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줬더니 아주 좋아들 했어요.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바인더 하나만 마련하면 ‘내가 고른 시선집’을 만들 수 있지요. 감동받은 시를 볼 때마다 복사해서 모아두면 되니까요. 제가 덧글을 붙이듯이 거기에 자기만의 감상을 함께 모아둔다면 두고두고 읽게 되겠지요.”

그는 좋은 시의 기준에 대해 “우선 쉬운 시라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난해한 시에 놀라서 ‘나한텐 시를 즐길 능력이 없나 보다’ 하고 낙담하는 경우를 가끔 봅니다. 시가 독자들을 밀어내면 안 되지요. 최고의 요리는 누구나 알아보듯이, 최고의 시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시지요.”

그는 또한 ‘기교가 미숙해도 진정성이 있는 시’가 좋은 시라고 덧붙였다. 동양화처럼 해석할 여백이 많은 시가 좋다고도 했다. 그는 “소개해 온 시들 가운데 한 편 만을 골라 달라”고 하자 “폭력적인 요구”라면서도 김종삼 시인의 쉽고 아름다운 시 ‘어부’를 선택했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사노라면/많은 기쁨이 있다고’ 하는 2연이 “가슴을 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 2동 그의 집에는 시집이 1000권 정도 있다. 연재를 시작하자 시인들이 그에게 시집을 보내 와서 장서가 늘어났다. “좋은 시를 고르고 나면 ‘고맙다’는 느낌이 들고 ‘심봤다’라고 환호라도 지르고 싶어요. 같은 시인으로서 경쟁심보단 ‘승복하는 마음’이 들거든요.” 그는 ‘이 아침에 만나는 시’에 자기가 쓰는 ‘덧글’은 “무슨 분석이라기보다는 시인들에게 보내는 ‘화답’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소재 주제 따져가면서 ‘분해’해서 보는 중고교 참고서식 시 감상은 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꽃을 수술 암술 꽃잎 찢어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시를 온전히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해두는 것, 그게 시를 정말 사랑하는 방법이지요.”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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