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켄터키 치킨을 사달라고 조르고 “더럽다”며 나이든 할머니(김을분·80)를 괴롭히다 나중에 정이 들어 훌쩍훌쩍 울던 상우(유승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 작품으로 최연소 대종상 신인 남우상 후보가 됐던 승호(11·인천 부현초등학교 5)를 최근 인터뷰 했습니다. 2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승호는 3일 개봉하는 영화 ‘돈 텔 파파’에서 주인공 초원으로 나옵니다.
아버지 철수(정웅인)가 고교시절에 ‘저지른’ 첫 사랑으로 태어난 초원은 극중 밤무대 MC인 아버지와 애틋한 정을 나눕니다.
● 승호의 고민
△기자=영화가 조금 야한 것 아니니. 시사회 때 영화가 ‘15세 이상 관람 가’ 등급이라서 승호는 못 본다고 하던데….
△유=사실 편집 상태에서 서너 번 봤어요.
△기자=그럼 영화진흥법 위반이다.
△유=…. 아이, 참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한번 안 보고 싶겠어요.
‘돈 텔 파파’의 개봉 직전까지의 제목은 ‘아빠하고 나하고’. 가족애를 다룬 차분한 드라마로 기획됐지만 흥행을 위해 제작과정에서 성적인 코미디 요소가 강해졌다.
개봉을 앞둔 요즘 승호의 최대 고민은 극중 ‘누드’ 출연이다.
△유=영화를 봤는데 뒷모습 뿐 아니라 앞이 다 나오잖아요.
△기자=?
△유=그래서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깻잎 붙여달라고 했는데 안 해 줄 것 같아요. 어휴.
△기자=(승호의 이유 있는 주장과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자=우는 연기를 너무 잘 하더라.
△유=눈물을 잘 흘리는 편이예요. 아빠(정웅인)가 여자 복장을 하고 지방에서 오디션에 참가할 때는 정말 눈물이 핑 돌았어요.
△기자=장래 꿈도 영화배우겠지?
△유=아뇨.
△기자=?
△유=처음에는 몰랐는데 연기는 할수록 점점 더 어렵고 재미없어요. 또 내가 ‘집으로…’의 누구로 기억되는 게 싫어요. 그건 제가 아니거든요.
△기자=‘집으로…’의 김을분 할머니와는 지금도 연락이 되니?
△유=작년까지는 연락했었는데 요즘 전화 못 드렸어요. 자주 연락해야 하는데…
● 3학년 같은 5학년?
△기자=엄마는 웃으면서 승호의 꿈이 ‘돈 많은 백수’라고 했는데 맞니?
△유=어휴, 그 얘기도 하셨어요?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그랬죠. 엄마가 컴퓨터만 하고 공부 안하면 나중에 백수 된다고 해서 그렇게 답했어요(웃음). 그전에는 경찰관, 소방관이었고…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기자=36명중 18등 성적이라면서…(웃음).
△유=성적이 ‘딱’ 적당하지 않아요?
△기자=좋아하는 영화는?
△유=‘에이리언’ ‘스크림’ ‘가필드’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터미널’. 아, 그리고 ‘집으로…’ ‘돈 텔 파파’도 있네요. 주로 공포영화인데 무서우면서도 재밌어요.
승호 어머니는 승호를 놀기 좋아하고 장난 심한 “3학년 같은 5학년”이라고 했다. 몇 번이나 “인터뷰 끝났죠?”라고 물으며 기자의 메모를 흘끗흘끗 훔쳐보던 열한 살 승호와의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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