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시아버지가 중풍을 앓은 뒤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시어머니에게 박대를 받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부부싸움을 하면 아들이 있는 A씨 집으로 ‘피신’을 왔다. 그런데 하루 이틀 뒤 집으로 돌아간 시아버지는 아들집에서 대접을 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시어머니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른을 잘 모시지 못한다고 나무랐다.
A씨는 시어머니의 간섭이 부담스럽다.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를 무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으며 수시로 신혼집을 드나들며 A씨의 트집을 잡았다. 심지어 A씨 옷장에서 속옷가지를 들춰내면서 비웃기도 했다.
A씨는 “그래도 우리 부부 사이엔 문제가 없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월권’은 날로 심해졌다. 참다 못한 A씨는 남편에게 나서서 대처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남편은 “원래 그런 분이라 어쩔 수 없으니 참고 살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A씨의 불만은 점점 쌓였고 결국 진료실을 찾게 된 것이다.
이 부부의 경우 자신들의 의견을 부모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필자는 “부모에게 솔직하게 말하라”고 권했다. 부부는 부모가 오해하지 않도록 정중하게 말하는 훈련을 했다.
그 결과 이 부부는 시부모의 ‘피신’과 ‘월권’을 삼가 달라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자 시부모도 이를 받아들였다.
갈등이 사라지자 부부 사이도 좋아졌다. 오래 기다려왔던 A씨가 임신에 성공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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