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칼라 필의 전체 합주 음향은 모든 악기군과 음높이에 걸쳐 탄탄하게 울렸고 속이 꽉 찬 충실함을 자랑했다. 이런 점에서는 미국이나 영국의 1급 악단들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라 스칼라 필은 ‘하나 더’를 갖추고 있었다. 벨벳같이 매끄럽고 금실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현악부였다. 몸에 매끈하게 맞는 정장에 멋진 금단추가 달린 듯한 느낌이었다.
4일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열린 첫날 공연.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의 발레 장면은 18년 동안의 조련을 통한 무티의 악단 장악력을 확인하는 순서였다. 무쌍한 속도 변화와 갑작스런 강타가 어우러지며 악단은 무티의 손끝에 놓인 건반처럼 정확하게 반응했다. 이어지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은 라 스칼라 필의 화려한 울림을 아쉬움 없이 맛보게 했다. 금관은 자로 잰 듯이 정확한 균형감을 갖고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았다.
5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둘째 날 공연은 19세기 오스트리아제국의 음악 전통에 정통한 최근 무티의 모습을 자랑하는 듯한 무대였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5번에 이은 브람스 교향곡 2번은 금관을 적절히 억제하고 현악에 날개를 달아준 브람스의 의도에 적절히 들어맞았다. 때로 금실처럼 넘실대는 바이올린 합주는 오스트리아보다는 남유럽의 전원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틀 공연에서 무티와 라 스칼라 필은 각각 한 곡씩만의 앙코르곡을 선보였다. 그러나 짧은 발레곡이나 행진곡이 아니었다. 어떤 대곡 못지않은 중량감을 가진 베르디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서곡(첫날)과 슈베르트 ‘로자문데’ 서곡(둘째 날)을 이들은 ‘망외(望外)의 소득’으로 팬들에게 선사했다. “불을 확 질러놓고 그냥 들어가 버리면 어떻게 해!” 첫날 공연 뒤 객석에서 들린 한 음악 팬의 행복한 투덜거림이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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