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나자프시 미 101공수사단 3여단 내 포로수용소. 땡볕에 얼굴이 가려진 채 철조망에 갇힌 남자는 이라크군 포로다. 가슴에 안은 어린아이는 그의 네 살 난 아들. 아버지 머리에 두건이 씌어지고 수갑이 채워지는 것을 본 아들은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쳤다. 보다 못한 미군 병사가 소년을 아버지 품에 안겼다.
AP통신 소속 장 마크 부지 기자가 지난해 3월 이라크전쟁에 종군했다가 이 사진을 찍었다. 분명 전쟁 사진이지만 총이나 탱크나 군인은 없다. 그러나 참혹하며 슬프다.
이 사진은 2004년 ‘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에서 대상을 받았다. 세계보도사진전이란 1955년 설립된 세계보도사진재단이 매년 전 세계 사진기자들이 출품한 사진 중에서 좋은 사진들을 골라 시상하는 행사로 포토 저널리즘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 재단은 매년 40개국 80개 도시에서 순회전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첫 전시회가 9∼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신관에서 열려 192점의 사진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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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현장에서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기자는 흔히 세상의 온도를 측정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지난해 이들의 앵글에 잡힌 지구촌 사람들의 삶은 너무 뜨거워 데일 정도다.
폭탄테러로 머리에 중상을 입은 어린 딸을 안고 달리는 어머니,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두 아들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묻으러 가는 아버지, 가난을 이기기 위해 피를 팔다가 에이즈에 감염돼 남편의 품 안에서 죽어 가는 중국 여인의 가녀린 몸…. 이들에게선 가혹한 운명 앞에 쓰러져 가는 인간의 나약함이 느껴진다.
이런 순간을 홀로 마주 섰을 사진기자의 절대고독이 느껴지는 것도 보도사진의 매력이다. 이미지가 난무하는 시대이지만 피와 땀으로 건져 낸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동과 전율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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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7000원, 대학생 5000원, 중고교생 3500원, 초등학생 2000원.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도 일부 전시 작품을 볼 수 있다. 02-736-226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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