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특히 KBS의 △일부 ‘반개혁적’ 라디오 MC 전면 교체 추진 △학자금 지원용 67억원 편법 출연 △‘적기가’ 방송 파문 등을 문제 삼아 지난해에 이어 결산을 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면서도 “변화의 노력은 평가하자”고 맞섰다. 여야는 이날 결산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추후 논의키로 했다.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의원은 ‘반개혁적’ MC 교체 추진에 대해 “개혁과 반개혁을 나누는 게 공영방송이 갈 길이냐”며 “집권자의 비위에 맞는 발언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사장 선임 전 국회 청문회 실시 및 예산의 국회 심의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결산안 부결을 주장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같은 당 이계진(李季振) 의원은 “대통령이 죽으라면 죽을 수 있는 사장 선임 절차를 개혁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정연주 KBS 사장은 “MC 교체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KBS의 방만한 경영과 관련해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67억원을 편법 출연하고 한국방송광고공사에 광고 수주 압력을 모의하는 KBS가 수신료 현실화를 요구하느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최구식(崔球植) 의원은 “지난해 결산안이 부결된 뒤 KBS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했다는 말을 들은 바 없다. KBS의 태도는 ‘너희는 떠들어라. 우리는 간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열린우리당 노웅래(盧雄來) 의원은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KBS 내에 수신료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같은 당 우상호(禹相虎) 의원은 “이 정도 내부 개혁으로 국민에게 수신료 인상이라는 부담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욕먹어도 싸다. 방만한 경영을 인정한다. 하지만 뼈아픈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정 사장의 답변 태도를 놓고 말이 많았다. 그는 광고 압력 논란에 대해선 “로비로 봐 달라”고 말했고, 김홍(金弘) 보도본부장을 출석시키라는 의원들의 요구에는 “보도 책임자가 참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가 항의를 받자 다시 “회의장 밖에 있다” “태풍 재해방송 때문에 오지 않았다”고 계속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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