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한국 표범의 비극’에선 한반도에서 번식했던 표범의 생태와 일제강점기 이후 멸종되는 과정을 다룬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한반도가 표범의 주요 서식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종 18년에 표범 가죽을 사사롭게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기록이 나오는 등 실록에만 수십 차례 표범에 대한 언급이 있다.
국내에서 표범이 멸종 위기에 처한 때는 일제 강점기. 총독부는 인간을 해치는 맹수를 없앤다는 ‘해수구제(害獸駒除)’의 일환으로 624 마리의 표범을 포획했다.
해방 이후인 1962년 경남 합천 오두산에서 포획된 표범은 창경원 동물원에 기증됐다. 당시 동물부장이던 오창영씨는 “사람도 먹기 어려웠던 소고기를 매일 주는 등 애지중지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 갇힌 표범은 전신 욕창에 걸려 10여년 만에 죽었다. 이후 남한에선 표범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대신해 제작진은 1999년 북한 당국이 개마고원 와갈봉에서 표범을 촬영한 비디오를 입수해 소개한다.
2부 ‘핫산 계곡의 포효’에선 러시아 연해주 핫산 지역의 자연보호구 ‘케드로바야파치’에서 서식하는 아무르 표범을 소개한다. 한국 표범과 같은 종인 아무르 표범은 30여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진은 2년여에 걸쳐 표범이 다니는 길목 5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암컷과 수컷이 함께 어울리고 암컷이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그러나 이들 표범은 개체 수가 워낙 부족해 근친 교배가 불가피하고 밀렵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삼규 PD는 “표범은 워낙 예민한 동물이어서 한달에 한두 번 밖에 촬영할 수 없었다”며 “야행성 동물인 표범이 한낮에 돌아다니는 모습 등 희귀한 장면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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