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얼음바다에 둘러싸여 고립되는 표트르 1세(1672∼1725)의 제정 러시아에 이 도시는 ‘유럽으로 열린 창’이었다. 이 강의 얼음은 쇄빙선으로 뚫을 수 있어 발트 해를 거쳐 북해를 경유,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 그래서 표트르1세는 스웨덴을 침공, 이 강과 땅을 빼앗고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1712년의 일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풀코보 공항에 밤 10시에 내렸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을 출발한 지 꼭 9시간10분 만이다. 한밤중일 시각이지만 이곳은 아직 환한 대낮이다. ‘백야’(白夜)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어두워지려면 두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넓은 도로, 대형 건축물…. ‘물의 도시’라고 들었지만 평범한 첫인상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 있는 엄청난 인류 문화유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호텔이 마련한 백야 투어를 따라나섰다. 자정에 출발해 오전 2시에 돌아오는 투어는 일루미네이션(조명장식)된 곳만 버스로 돌아본다. 그 백미는 한밤에 들어올리는 다리다. 대형선박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인데 수천명이 이 광경을 보러 밤나들이를 한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이곳 여행자에게 ‘참새 방앗간’이다.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전시물이 300만점, 125개나 되는 전시실의 동선 총연장이 27km나 된다.
이 박물관에 가거들랑 2층부터 찾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그림 2점)를 비롯해 고흐 렘브란트 미켈란젤로 마티스 칸딘스키 등 교과서에 나오는 거장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삭 성당은 물 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징이다. 늪지의 무른 땅에 지어올린 높이 105.5m(30층 규모)의 건축물이기에 그렇다. 기초공사에 길이 6m의 쇠말뚝만 2만800개를 박아 넣었단다. 하중에 관한 지식이 미흡했을 19세기 초반(1818∼1858년)에 이룬 대역사다.
이삭 성당을 등지고 서있는 청동 기마상. 데카브리스트 광장이다. 러시아의 문호 푸슈킨의 시 ‘청동의 기사’에 등장하는 표트르 대제다. 이 동상은 계몽전제군주로 칭송받는 예카테리나 2세 여왕(1729∼1796)이 표트르 대제의 통치 100주년을 기념해 헌정한 것이다.
시내에서 30km가량 떨어진 도시 외곽에 있는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은 그 규모와 화려함으로 압도한다. 20여개 궁과 144개 분수, 7개의 공원…. 걷는 데 서너 시간이나 걸리는 가로수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분수 가운데는 스웨덴과 전쟁에서 거둔 승리를 기념한 삼손분수가 최고 걸작이다.
이 도시의 유적은 이외에도 많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기 건축물인 페트로 파블스키 요새, 모스크바에 있는 볼쇼이 극장과 함께 러시아 최고로 손꼽히는 마린스키 극장 등등. 상점과 식당 등 볼거리는 4.5km나 이어지는 네프스키 대로(大路)주변에 있다. 마지막 팁 하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진분홍 노을은 꼭 한 번 감상해 보자.
상트페테르부르크로는 대한항공이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직항편을 주 3회(화 목 토요일) 운항한다. 1588-2001
글·사진=천세리 프리랜서 트래블 라이터 www.1000s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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