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지교회’… “한국교회 몸집불리기 열중”

  • 입력 2004년 9월 9일 18시 54분


서울의 한 대형교회가 2010년까지 전국 30여 곳에 지성전(支聖殿)을 설립하겠다고 지난해 말 발표한 이후 기독교계에서 교회의 대형화와 기업화에 대한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지성전 또는 지교회(支敎會)는 본 교회인 대형교회가 다른 지역에 새로 개척해 설립한 교회. 문제는 지성전의 재정·인사·행정 등 모든 권한이 본 교회에 종속될 뿐 아니라 예배도 본 교회 담임목사의 설교를 위성방송이나 VTR로 보며 진행된다.

이에 따라 지성전의 설립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다를 바 없으며 이런 기형적 체제는 교회의 대형화와 기업화에서 기인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는 1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교회의 대형화 및 기업화의 문제점과 건강한 교회상’을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열어 대형교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한복협 목회교육연구원장인 김종렬 목사는 ‘교회의 대형화 및 기업화의 영향’이라는 발표문에서 “한국 교회는 건강한 교회로 ‘성장’했다기보다는 ‘비대’해졌다”며 “물질과 성직자에 대한 우상화, 교회 간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교회를 절대시하는 교회지상주의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 한국 교회의 성장원리는 시장논리로, 기업체처럼 팽창하고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데 몰두한다”며 교회의 기업화를 꼬집었다.

손인웅 덕수교회 담임목사는 ‘대형교회와 지성전 체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발표문에서 “지성전의 모든 일을 본 교회가 통제하고 관장함으로써 전제군주시대 중앙집권제의 구습을 재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목사도 ‘건강한 교회상’이란 발표문에서 “한국 대형교회들은 건물을 크게 짓고 신자 수를 늘리는 크기 경쟁에만 골몰해 다른 작은 교회들의 생존에는 관심이 없다”고 개탄했다.

발표자들은 한국 교회가 몸집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았던 초대 교회처럼 ‘작은 교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목회자도 ‘내’ 목회가 아닌 ‘하나님’의 목회, ‘내’ 교회가 아닌 ‘주님’의 교회, 즉 공(公)교회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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