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설문해자’에서 困의 원래 뜻을 ‘낡은 오두막집(故廬·고려)’이라고 풀이한 것을 고려해 보면, 국는 벽으로 둘러쳐진 집을 말하고 木은 집안에 덩그러니 남은 나무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즉 집이 낡아 주인마저 떠나 버리고 시렁이나 걸대로 쓰던 나무(木)만 하나 덩그러니 남은 다 떨어진 오두막을 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인이 떠나 버린 낡은 집이라는 의미에서부터 貧困(빈곤)처럼 ‘어렵다’의 뜻이, 困難처럼 ‘힘들다’는 뜻이, 다시 피곤(疲困)처럼 ‘지치다’는 뜻이 나왔다. 그리고 어려움과 지침은 구속과 제한에서부터 온다는 의미에서 구속한다는 의미가, 주인이 떠난 집이라는 의미에서 도망간다는 뜻까지 생겼다.
이렇게 困이 여러 가지 뜻을 가지게 되자 이러한 의미들을 효과적으로 구분하여 표현하기 위해, (멱,사)(가는 실 멱)을 더하여 곤을 만들어 실((멱,사))로 묶어 버림을, 手(손 수)를 더하여 M을 만들어 손(手)으로 묶는 것을 나타냈다. 또 目(눈 목)을 더하여 만든 N(졸릴 곤)은 피곤(困)하여 눈(目)이 감긴다는 뜻이다.
窮은 소전체(오른쪽)에서부터 나오는데, 의미부인 穴과 소리부인 궁으로 구성되었다. 穴은 갑골문에서 동굴집의 입구 모습에다 동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양쪽에 나무 받침을 해 놓은 모습을 그려 ‘동굴’의 의미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궁은 다시 임신하여 배가 부른 모습을 그린 身(몸 신)과 연이어진 척추뼈를 그린 呂(등뼈 려)가 결합되어 ‘몸’이라는 의미를 나타냈는데, 이후 呂가 소리부인 弓(활 궁)으로 바뀌었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窮은 동굴(穴) 끝까지 몸소(躬) 들어가 보는 것을 형상화했다고 했는데, 이로부터 극한에 이르다는 뜻이, 다시 끝이나 極端(극단)이나 窮極(궁극) 등의 뜻이 생겨났다. 그렇게 본다면 窮에서의 躬 또한 의미의 결정에 일정 정도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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