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은행에서 불상을 훔친 파스파투(청룽)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괴짜 발명가 필리어스 포그(스티브 쿠건)의 하인이 된다. 마침 모험심 많은 포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영국 과학부 장관은 그에게 80일 안에 세계일주를 할 것을 강요한다. 파스파투는 고향인 중국으로 불상을 가져갈 수 있다는 희망에 세계일주에 동참한다. 불상은 고향 마을의 수호신이었으나 최근 도난당했던 것. 파스파투와 포그 일행 앞에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프랑스 터키 인도 중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의 풍물을 수박 겉핥듯 훑어가는 이 영화는 눈요기로는 훌륭하지만, 청룽에게 기대되는 야단스럽고 아기자기한 액션은 그가 보여주던 평균치에서 20%쯤 모자란다. 액션의 아이디어와 집중력은 떨어지고, 리듬감과 속도감이 약하며, 결정적으로 유머감각이 부족한 것이다.
동명 원작소설에 비하면 캐릭터들은 희화화됐지만, 이는 이 영화의 ‘목표’지 ‘실수’가 아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장점은 무슨 뷔페식당처럼 같은 돈 내고 이것저것 무지하게 먹어 본 것 같은 뿌듯함을 준다는 데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기 전 마지막 출연으로 아줌마 파마를 하고 나타나는 아널드 슈워제네거(터키 왕자 역), 오랜만에 보게 되는 홍콩의 액션 코믹스타 훙진바오(洪金寶·중국 황비홍 역), 오언과 루크 윌슨 형제(미국 라이트 형제 역),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영국 빅토리아 여왕 역) 등 빅 스타들의 이어지는 깜짝 출연에 눈은 충분히 즐겁다.
‘워터보이’ ‘웨딩싱어’의 프랭크 코라치 감독. 전체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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