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여행]달빛-별빛 신라역사 기행

  • 입력 2004년 9월 16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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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등을 들고 경주 감은사에서 탑돌이를 하는 관광객들. 천년을 이어 온 달빛과 별빛, 그 아래서 느끼는 신라의 문화는 또 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촛불등을 들고 경주 감은사에서 탑돌이를 하는 관광객들. 천년을 이어 온 달빛과 별빛, 그 아래서 느끼는 신라의 문화는 또 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천년의 세월을 머금은 유적지들이 도심 곳곳에 산재한 보물 같은 도시 경북 경주시. 요즘 그곳에서는 달빛과 별빛을 테마로 한 체험관광이 인기다.

주말마다 신라문화원이 주최하는 ‘달빛 신라역사기행’(음력 보름 전후 토요일)과 ‘별빛 신라역사기행’(나머지 토요일)이 바로 그것. 한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문화재를 감상하고 절터 등을 거닐다 보면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을 접하게 된다. 깊어가는 가을밤, 보름달과 별빛을 가슴에 담아오면 어떨까.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해변. 문무대왕릉 앞에 서면 파도가 부서지며 하얀 포말을 만든다. 잠시 후 보름달의 뽀얀 얼굴이 불쑥 솟더니 주변의 어둠을 걷어낸다. 은빛 출렁이는 바닷물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달이 떠오르자 모래사장에서 풍물패가 경쾌한 사물놀이로 흥을 돋우기 시작한다. 북, 장구, 꽹과리 장단에 맞춰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신명나는 놀이마당. 흥에 겨운 참가자들도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꼬리에 꼬리를 잇는다. 서늘한 가을밤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을 슬며시 식혀줄 무렵 감은사로 향한다.

늦은 저녁 문무대왕릉 앞에서 풍물패 사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

○감은사 국악 한마당에 어깨춤 절로

감은사는 문무왕이 왜구의 침략을 막고자 짓기 시작하여 신문왕 2년(682)에 완성한 절. 절터에 들어서자 가야금과 대금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구성지게 흐른다.

서라벌국악실내악단의 국악연주에 맞춰 탑돌이가 시작된다. 창호지로 감싼 촛불등을 들고 천천히 걸으며 소원을 빌어본다. 수백 명이 저마다 등불을 들고 걸으니 마치 불이 춤추는 것 같다.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도 보인다. 굳이 소원을 빌지 않더라도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탑돌이가 끝나면 단소의 은은한 선율이 울려 퍼지며 본격적인 국악공연이 시작된다. 달빛 아래 듣는 국악 연주는 참으로 감미롭다. 공연 중간 중간 국악기 알아맞히기 퀴즈대회를 열어 국악기의 특성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정답을 맞힌 사람에게는 선물도 준다.

해금이나 대금, 피리로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나 ‘전설의 고향’ 서곡, 드라마 ‘대장금’ 주제가 등을 연주하니 더욱 흥겹고 재밌다. 꼬마들은 국악연주에 맞춰 개구리와 올챙이 율동도 배운다. 국악이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단번에 사라진다.

눈으로 달빛 풍경을 즐기고 귀로 향기로운 국악을 즐기는 동안 입도 즐겁다. 차 인심 넉넉한 경주 다인들이 향긋한 녹차를 우려내 달밤의 방문객을 무료로 접대한다. 탑돌이 도중 따뜻한 녹차 한 잔은 가을밤의 한기를 달래준다.

공연이 끝나면 참가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도는 강강술래가 이어진다. 마음껏 소리 질러도 뭐라 할 사람 없는 들판에서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춰 옆으로 돌기도 하고 안으로 모였다 나가기도 하고 꼬리 잇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신라의 달밤도 점점 깊어간다.

달빛 신라역사기행은 일정에 따라 코스는 다르지만 진행 과정은 동일하다. 불국사 코스는 불국사의 밤 정취를 음미한 후 다보탑과 석가탑을 도는데 여건이 맞으면 스님이 탑돌이를 직접 인도한다.

안압지와 분황사 황룡사 터 코스는 달빛 아래 걸어서 한 바퀴 돈다. 은은한 빛을 발하면서도 화사한 조명등이 눈길을 끄는 안압지에서는 아름다운 경주의 밤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2만5000평이나 되는 넓은 황룡사 터에선 고운 달빛 아래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3km 밤길 걸으며 옛 유적지 답사

보름달이 뜬 토요일이라면 달빛이 충분하지만 그렇지 않은 토요일에는 유적지의 야간조명을 따라 답사하는 별빛 기행 프로그램이 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노서리 고분군을 비롯해 천마총,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 고목으로 우거진 신성한 숲 계림, 반월성, 안압지 등 길이 3km 정도의 밤길을 차례로 걷는다.

마지막 도착지인 안압지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국악공연이 펼쳐진다. 달빛(별빛) 기행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신라문화원 054-774-1950

○여행정보

▽9월 25일=불국사 답사, 예불, 탑돌이, 다례시연, 국악공연

▽10월 2일=안압지, 분황사 탑돌이, 황룡사 터 답사, 다례시연, 국악공연

▽10월 23일=박물관, 월성, 계림, 첨성대 답사, 다례시연, 국악공연

참가비는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1만원(답사비, 입장료, 저녁식사, 국악공연 관람료 포함. 불국사 코스는 2000원 추가).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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