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 호 연안의 대도시 토론토를 지나 동북방으로 난 401번 도로로 달리기를 몇 시간. 호수가 강으로 바뀌는 강안의 너른 벌판, 킹스턴에 다다랐다. 빅토리아 양식의 우아한 주택이 줄짓고 세인트로렌스 강이 굽어보이는 언덕에 19세기 대포로 무장된 요새가 있는 이 곳. 1840년부터 5년간 캐나다연방의 수도였던 곳이다.
이 킹스턴의 명물은 ‘사우전드 아일랜즈’(Thousand Islands·‘1000개의 섬’이라는 뜻)라는 비경. 세인트로렌스 강을 수놓은 1800여개 섬의 집합인데 좀 생소하지만 여기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가깝고도 먼 곳이다.
○강 위 점점이 떠있는 그림같은 별장
킹스턴을 떠나 좀 더 가면 강안의 타운 가나노크에 닿는다. 섬을 돌아보는 보트크루즈의 출발지다. 보트가 강심에 다가갈수록 보이는 섬은 점점 늘어난다. 대부분 평지인 섬. 몇 평짜리부터 여의도만 한 것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그런데 사우전드 아일랜즈의 비경은 단순히 1800여개 섬이 모인 모습에 있지 않았다. 일부 섬에 들어선 각양각색의 수많은 별장과 성채가 이루는 환상적인 풍경에 있다.
자그만 잔디정원을 갖춘 통나무집, 건축 작품이라 할 만큼 특별한 디자인의 건물. 섬마다 하나씩,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장 섬이 강을 장식한다. 멀리서 보면 물위에 떠있는 수상별장촌처럼 보인다. 그 사이로 유유히 지나는 배에서 바라다 본 호화스러운 별장 섬. 북미 부호의 호사와 씀씀이를 짐작케 한다. 이곳에 이런 별장이 들어선 것은 벌써 100년도 더 된다.
그 중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하트 섬의 볼트 캐슬(미국 소속)이다. ‘성’이라고 해도 좋을 이 건축물은 미국 뉴욕의 한 부호가 부인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주기 위해 지은 것으로 그 모습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나 보일 만큼 동화적이다. 원뿔첨탑으로 장식된 중세풍 요새(자가발전소), 파리 개선문을 닮은 명예의 아치, 이상한 나라 앨리스 풍의 가제보(정원의 휴게 공간), 숲으로 둘러싸인 언덕에 화강암으로 지은 객실 120개의 석조 성채는 이곳을 작은 왕국으로 착각하게 만들고도 남는다.
이 캐슬의 주인은 조지 볼트(1851∼1916). 1899년 그는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이 성을 짓기 시작한다. 그러나 4년 후. 완공을 눈앞에 둔 어느 날. 섬에 한 통의 전보가 날아든다. 전문의 내용은 ‘공사중지’. 부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자 볼트는 성을 버렸다. 이후 73년간 주인 잃은 성은 풍상 속에 스러져갔다.
이것을 사우전드 아일랜즈 브리지공사(公社)가 매입한 것은 1977년. 현재의 번듯한 성은 1400만달러를 들인 개보수 공사 끝에 되찾은 제 모습이다. 이 섬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볼 수 있는데 거기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 하나가 이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그것은 ‘조지 볼트’라는 사람이다. 프러시아 태생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키우며 10대에 미국을 찾은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게 된다. 그러다 마흔이 되던 1891년. 폭풍우 몰아치는 오전 1시에 한 남루한 부부를 맞는다. 객실은 꽉 찬 상태. 볼트는 이 시간에 손님을 내칠 수 없으니 자기 침실에라도 묵겠느냐며 친절히 대해준다. 다음날 노부부는 떠나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처럼 친절한 지배인은 미국 최고급 호텔의 총책임자가 되어야 한다”면서 “언젠가 당신을 위해 그런 호텔을 하나 지어주겠소”라고.
그리고 2년 후. 볼트는 뉴욕 왕복승차권이 든 초청장을 받는다. 그 노부부는 볼트를 뉴욕 5번가로 데려가 사치스럽다 할 만큼 호사스러운 한 큰 빌딩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위해 짓겠다고 한 그 호텔이요.” 그는 윌리엄 월도프 아스토르, 그 빌딩은 당시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인 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다. 1893년 볼트는 이 호텔 총지배인이 됐고 1916년 죽을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그 자신 역시 호텔 재벌이면서도.
○‘사우전드 아일랜즈’ 드레싱 탄생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우전드 아일랜즈’라는 샐러드드레싱까지 들어야 한다. 마요네즈에 칠리소스와 토마토케첩을 넣고 피클 등을 다져 넣은 이 드레싱은 이름 그대로 여기 사우전드 아일랜즈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볼트는 이 특별한 드레싱을 온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로 기록된다. 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통해서다.
드레싱을 처음 만든 이는 강 건너(미국 뉴욕 주) 리조트타운인 클레이턴의 한 낚시가이드의 부인인 소피아 라롱드. 그 마을에는 그 후손이 지금도 이 드레싱을 만들어 판매한다. 또 이 드레싱을 최초로 손님 테이블에 올렸던 호텔 ‘사우전드 아일랜즈 인’(옛 이름은 더 헤럴드호텔)도 건재하다. 이 호텔 식당의 공식 드레싱은 물론 사우전드 아일랜즈다.
○여행정보
▽사우전드 아일랜즈 △볼트캐슬=www.boldtcastle.com △사우전드 아일랜즈 브리지=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다리(하이웨이 137). www.tibridge.com △여행정보=www.1000islands.com www.1000-islands.com 드레싱 구매 방법도 나와 있다.
▽캐나다 배낭여행 △무스 패스=정해진 구간을 정기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하는 패스. 9일짜리 동부패스(토론토∼나이애가라폭포∼킹스턴∼몬트리올∼퀘벡시티∼몽트랭블랑∼알골퀸 국립공원∼토론토)를 선택하면 사우전드 아일랜즈에 들른다. 문의 키세스투어(www.kises.co.kr) 02-733-9494 △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www.travelcanada.or.kr
킹스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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