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후원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원 포기로 갑작스럽게 해체됐던 금호현악4중주단이 ‘뉴아시아 현악4중주단’이라는 새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해체 당시 멤버였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의명 김경아,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송영훈씨가 그대로 다시 모였다.
이름 말고도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연주 무대. 이들은 전문 콘서트홀 대신 20일 서울대 병원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전국 16개 도시 주요 대학 병원 로비를 순회한다.
“그동안 기업의 후원에 기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어요. 지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고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게 바로 음악이란 사실이죠. 그러니 병원이야말로 음악이 가장 필요한 곳 아니겠어요?”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의명씨(한양대 교수)는 “병원에서 ‘음악정신’도 치료받아보겠다”며 특유의 유머를 보탰다.
2년 전 해체된 금호현악4중주단은 1990년 창단돼 매년 5억원의 예산 지원과 국외 원정연주, 단원에 대한 이사급 대우, 아시아나항공 무료 탑승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며 ‘현악4중주의 국가대표’로 공인받았다.
갑작스러운 해체 사유는 ‘잦은 단원 교체’. 12년 동안 단원이 9명이나 바뀌었다. 해체 당시 김의명 교수는 “젊은 단원들이 솔리스트로 성공하거나 교수 되는 데만 신경을 쏟아 실내악 활동을 힘들어했다”고 토로했다.
“미국 유학 당시 의식불명인 채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연명하는 환자가 자원봉사 연주를 듣고 눈물 흘리는 장면을 자주 보았죠. 그 때의 감동을 되살리겠습니다. 이제 소수의 팬이 찾아오기를 앉아서 기다리지만 않겠습니다. 먼저 다가가 아름다운 선율로 손을 내밀 겁니다.”
새 각오를 밝히는 김 교수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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