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대로 알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자주 받는 질문이다. 이럴 때마다 난감해진다. 질문자의 속내를 몰라서다. ‘돈벌이’에 도움이 될 책을 소개 받고 싶은데 노골적으로 내비치면 속물로 비칠까 봐 ‘경제’를 들먹이는 분이 대부분일 것이고…. 경제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학구파도 있으리라.
재테크용으로는 이 책은 적합하지 않다. 돈 버는 요령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경제학박사에다 문화방송 경제부장인 저자 자신도 서울 강북의 같은 동네, 같은 집에 20년째 살고 있을 정도로 재테크 실전엔 재주가 없단다.
학구파에겐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경제원리를 이처럼 쉽게, 재미있게 설명한 서적이 드물어서다. 전문학자가 대중을 위해 눈높이를 크게 낮춰 평이하게 썼다는 경제학 개론서도 많지만 그런 책들은 대체로 집필 의도와는 달리 까다로운 문장, 읽기 어려운 그래프 때문에 20∼30쪽을 넘기려면 적잖은 끈기가 필요할 정도다.
흔히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꽃’이라 불린다. 경제학 원리를 이해하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크게 넓어지고 현실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강조하는 2가지 핵심 개념은 ‘합리성’과 ‘효율성’이다.
이 책은 이기심에 대해 ‘창조와 파멸의 두 얼굴’이라 설명한다. 욕망과 이기심은 경제의 동력이다. 멋진 옷, 맛있는 음식, 쾌적한 집, 여유로운 레저 생활 등을 누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게 경제인간(homo economicus)의 모습이다. 욕망과 이기심이 지나치면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거대한 괴물로 돌변하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합리성’을 바탕으로 욕망을 억제해야 한다. 자신의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빵 가게 주인이 빵 값을 내리는 것은 그가 박애주의자여서가 아니다.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이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서다.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빵 가게 주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반칙을 일삼는 선수가 날뛰면 질서가 어지러워진다. 시장에서도 그렇다. ‘시장의 실패’가 나타난다. 그렇다 해서 심판(정부)이 너무 설쳐 선수들의 손발을 묶어 놓으면 경제는 얼어붙는다. ‘정부의 실패’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잘살 수 있을까. 이런 이상(理想)을 실현하려는 것이 사회주의다. 절대적 평등은 절대적으로 실패한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저자는 분배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따뜻한 가슴’보다는 ‘차가운 이성과 방법론’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학이 인간의 따스한 체온을 가진 학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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