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 때문에 야단을 많이 맞는 아이가 읽으면 좋을 책. 컴퓨터 게임같이 가상세계에 들어가 ‘무시무시한’ 게임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컴퓨터 게임만큼 재미있다.
부모들은 그 속에서 아이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뛰어놀면 좋으련만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컴퓨터에만 매달리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학원도 없고 따돌림도 없으며 골치 아픈 시험도 없는 게임 속 세상이 신이 날 뿐이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면 좋겠는데 시간을 정해 놓고 게임하라는 부모가 야속하기만하다.
주인공인 나 강형우 역시 게임을 좋아하는 초등 5학년의 평범한 남자아이다. 학원이다, 일일학습지다, 공부 때문에 한 시간밖에 안 되는 게임시간까지 쪼개야하는 것이 억울하기 만하다. 게임을 할 줄 모른다는 건 반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으로 가는 지름길 아닌가.
더구나 현실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같은 반 태석이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 주려면 게임 연습을 그만둘 수가 없다.
엄마가 동창회에 간 사이 나는 인터넷으로 숙제를 하다 우연히 ‘노란 두더지’ 게임에 빠져든다. 혼내 주고 싶은 사람을 ‘두더지’로 정해 벌을 주는 게임이다.
태석이와 용돈을 빼앗아 간 중학 1년 대석이, 매일 잔소리만 하는 엄마를 대상으로 고른다. 그렇다고 내가 나쁜 아이는 아니다. 대상을 고를 때도 그렇지만 혼내줄 방법으로 ‘왕따’와 ‘불량배’를 선택할 때는 고민과 갈등도 많았다.
게임일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게임만은 아닌 것 같다. 현실과 너무 똑같은 상황이 계속돼 게임인지 현실인지 혼돈스럽기만 하다. 엄마 말대로 게임에 중독된 것일까.
문제는 엄마를 혼내줄 차례가 됐을 때. 중간에 게임을 그만둘 수도 없다.
시내버스를 타고 동창회 모임 장소로 가는 엄마를 혼내줄 방법으로 ‘질병’과 ‘무시무시한 일’이 제시된다. 선택하지 않으면 1분 후 자동으로 선택되는 이 게임에서 엄마를 구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계속된다. 최선의 선택으로 ‘폭설’을 누르려하지만 겁에 질려 덜덜 떨던 손가락은 ‘태풍’을 눌러버리고….
작가는 아이들에게 게임을 그만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듯 책 속에 빠져들면서 자신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이제 아이가 게임을 계속할지 말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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