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그래픽이 만드는 현실=3차원 컴퓨터 그래픽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공인물을 만들 수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등장하는 ‘골룸’이라는 등장인물은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다양한 표정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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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에 사용된 기술은 신체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캡처’와 얼굴 표정을 재생하는 ‘페이셜 모션 캡처’다. 실제 사람의 몸과 얼굴에 수많은 센서를 달거나 영상을 촬영한 뒤 컴퓨터로 이를 분석해 영화 속 등장인물에게 적용하는 기술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실제 사람의 관절과 얼굴 근육 움직임을 파악해 가상의 주인공이 사람과 똑같은 움직임과 표정을 재현한다.
최근에는 근육과 머리카락, 말할 때의 입술 움직임까지 컴퓨터가 파악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술을 이용한 영화 ‘날으는 돼지-해적 마테오’가 올여름에 개봉돼 어린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직 할리우드 영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생기를 불어넣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3차원 애니메이션은 일반 영화에서 가공의 인물과 배경을 만드는 데에도 이용된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반지의 제왕’ 등의 영화에 나오는 전투 장면에 등장하는 수많은 엑스트라는 애플컴퓨터의 ‘셰이크’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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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끝없는 진보=1980년대 컴퓨터 그래픽은 영상에 자막을 넣는다거나 화면을 일그러뜨리고 거칠게 만드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점점 기술의 한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1995년 개봉된 토이스토리에 등장하는 장난감들은 애니메이션 기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영화 속의 장난감은 입체감이 뛰어나고 실물과 비슷했다. ‘토이스토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 후 선과 면으로 구성된 만화 영화는 점점 인기를 잃어갔다.
2001년에는 사람 얼굴의 주름까지 세밀하게 표현한 영화 ‘파이널 판타지’가 개봉됐다.
같은 해 개봉한 ‘몬스터주식회사’의 주인공 괴물은 몸에 300만개의 푸른 털을 세밀하게 그려 넣어 화제가 됐다.
이런 영화 제작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 처리능력이 빠르고 저장 공간이 넓은 ‘워크스테이션’이라 불리는 컴퓨터가 사용된다.
국내에서 연말 개봉 예정인 최신작 ‘샤크테일’에는 HP의 최고급 워크스테이션이 300대 이상 사용될 예정이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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