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첫 보훈처장 박유철 내정자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45분


“보훈업무는 단순히 국가유공자를 지원해 주는 수준을 넘어 사회정의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20일 국가보훈처장(장관급)으로 내정된 박유철(朴維徹·66) 전 독립기념관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보훈처의 업무 방향과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처음 보훈처장에 내정된 그는 임시정부 2대 임시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白巖 朴殷植·1859∼1925) 선생의 손자. 아버지 박시창(朴始昌·1903∼1986) 선생도 광복군사령관을 지낸 독립운동가이며, 부인 양준자(梁俊子) 여사는 독립운동가 양기탁(梁起鐸) 선생의 손녀다.

박 신임 처장 내정자는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소학교 1학년 때 광복을 맞으며 처음 고국 땅을 밟았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유학했으며, 1970년대에 귀국해 건설 공무원으로 30년 가까이 근무한 뒤 광복회 부회장과 독립기념관장 등을 지냈다. 그는 독립기념관장 재직시 광복회 부회장을 겸임하면서도 광복회에서 일체의 활동비를 받지 않는 등 원칙에 충실했다.

현재 평택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군이나 정보기관 출신들이 해 오던 보훈처장 자리에 독립유공자 후손을 발탁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독립유공자나 유족뿐 아니라 제대군인이나 상이군경 등 모든 보훈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최근 진행 중인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관련해 “그분들이 정말 국가를 위해 일하셨는지, 아니면 이념을 위해 일하셨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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