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리는 ‘아 我! 인생 찬란 유구무언’에는 사진집에 실린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개인전은 ‘사진 이미지로 담은 시(詩)의 세계’라고 할 만하다. 시 구절 같은 제목과 사진을 함께 봐야 작품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전시회 타이틀로 잡힌 작품 ‘아 我! 인생 찬란 유구무언’은 서로 판연히 다른 사진 6장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꽃봉오리 열리는 선인장 꽃’ ‘담 틈에서 짖는 개’ ‘구멍 뚫린 시멘트 바닥’ ‘입 벌린 얼굴’ ‘가운데가 깨진 빈 달걀 껍데기’ ‘포효하는 듯한 동물 비석’ 등 모두가 사람이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는 모습 같다.
신씨는 “곳곳을 다니다 보니 인생이란 비관적이기보다는 찬란한 것이고, 그 찬란함 앞에 유구무언인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표정이 다른 피사체 6개를 모았지만 사실은 이 같은 내 마음과 한뜻인 것만 같아서 하나의 타이틀 아래 끌어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틀 작품처럼 주로 ‘낡고 허름하게 존재하는 것들’을 촬영해 왔다.
“재건축 대상인 서울 잠실의 흉가 같은 작은 아파트에서 7년간 살면서 인근을 촬영했던 시절에 애착이 간다. 새만금 사업으로 없어져간 전북 부안군 계화도 근처의 신포 갯벌이나, 초가가 남아 있다가 신도시 개발로 사라져버린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메커니즘과 모더니즘이 하늘을 가린 도심 풍경을 촬영하면 세월의 음광(陰光)을 담을 수 없다. 이제 막 사라지려는 시간을 잡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시를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즐겨 쓰는 기법도 ‘저속촬영’이다. 움직이는 팔다리의 동작을 ‘흘림’으로 처리할 수 있어 막 지나가고 있는 시간을 포착하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다. 포장마차 야경을 찍다가 사내들한테 쫓겨서 죽기 살기로 달아난 일, 포옹하는 애인들 앞에 뷰파인더를 댔다가 카메라까지 뺏긴 일, 수백만원대의 카메라를 택시에 놓고 내렸다가 결국 못 찾고 아버지의 애장 카메라를 허락 없이 쓰기 시작한 일들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경제학이론보다는 현장의 극명한 사진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경제학 교수를 그만두고 탄광촌 사진을 찍으러 나섰던 브라질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를 존경한다”며 “때가 오면 가슴 맺힌 다큐 사진들만 모아 ‘국토기행’이란 타이틀의 사진집을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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