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조영남 이름 건 마지막 콘서트”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23분


“미술에 대한 애착이 더 크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수죠.”

조영남(59·사진)은 “노래는 내 삶의 근거이고 미술은 희희낙락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5일과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형 콘서트를 갖는다.

“내 이름을 건 마지막 콘서트입니다. 왜 마지막이냐 하면요, 솔직히 목소리가 안 나와 더 이상 노래를 못할 것 같아요. 디너쇼나 작은 공연은 하겠지만 큰 무대는 자신이 없어요. 35년 넘게 버틴 것만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70여장의 음반을 냈고, 3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책도 6권 냈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현재 KBS1 TV ‘체험 삶의 현장’과 위성채널 KBS 코리아의 ‘조영남이 만난 사람’을 진행하고 있으며 2개의 신문에 칼럼도 쓰고 있다.

“음반 판매량은 말도 꺼내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한달에 10여 차례 다니는 지방 공연이 수입원입니다. 그래서 아직 가수라는 직함을 유지하는 거죠.”

이번 공연에서 그는 ‘지금’ ‘제비’ ‘모란동백’ ‘김군에 관한 추억’ ‘사랑 없인 못 살아요’ ‘화개장터’ 등을 부른다. 가수 이장희와 김도향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조영남은 서울대 성악과에 재학 중이던 1966년 쎄시봉이나 오비스 캐빈의 무대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68년에 미 8군 무대에 섰고, 같은 해 미국 가수 톰 존스의 노래를 번안한 ‘딜라일라’로 공식 데뷔했다.

“전 재미있게 살자는 ‘재미즘’을 신봉하는 ‘재미스트’입니다. 종교는 재수가 중요하다는 뜻의 ‘재수교’를 신봉하죠.”

중 3인 딸(은지)과 함께 ‘재미’는 그의 에너지 원천이기도 하다. 운동화에 바퀴가 달린 ‘휠리스’를 신고 다니거나 30세 연하의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그의 생활의 일부다. ‘주책없이는 재미도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재수교’를 신봉하는 이유는 80년대 ‘미국에 있다가 돈 떨어지면 한국 와서 공연한다’는 비난과 더불어 이혼이라는 불행이 다가왔을 때, 뜻밖에 ‘자니윤 쇼’와 ‘열린 음악회’가 신설되면서 그가 다시 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행운은 재수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변변한 히트곡도 제대로 없으면서 가수라고 하니까 도둑놈 심보라고 놀려대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내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가수로 인정해 줄 것이라고 기대해요. 내게는 잘 살지는 못했지만 잘 살려고 노력했던 애환이 담긴 목소리가 있거든요. 아무래도 이번 무대에서는 노래보다 울음이 먼저 나올 것 같네요.”

그는 그동안 미술과 음악 활동을 서로 섞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연장 로비에 태극기, 화투, 바둑 등 그의 그림을 전시한다.

“피카소 형이 비웃겠죠. 하하”

공연은 10월 5일, 6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만∼10만원. 02-749-1300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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