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07>기도(企圖)

  • 입력 2004년 9월 21일 22시 25분


企圖는 어떤 일을 이루려 꾀하는 것을 말한다. 企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人·인)과 발(止)의 모습을 그려, 발꿈치를 들고 멀리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시켰다. 이로부터 ‘바라다보다’나 ‘희망하다’의 뜻이 생겼다.

圖는 금문(오른쪽 그림)에서부터 출현하는데, 국과 P로 구성되었다. 국은 사방이 성으로 둘러싸인 모습으로부터 都邑(도읍)을, 도읍이 나라의 중심된 성이라는 뜻에서 다시 나라라는 의미로 확장된 글자이다.

P는 곡식창고가 세워진 지역을 나타내는 글자로, 곡식창고는 주로 성의 변두리에 만들어졌기에 주로 바깥쪽에 위치한 ‘마을’을 뜻했으며, 이로부터 변방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이후 변방의 마을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읍(邑)을 더하여 鄙가 되었다. 그래서 鄙는 500 집을 단위로 하는 고대 중국의 행정단위라는 뜻 이외에도, 중심의 도읍에 비해 떨어진 변두리라는 의미에서 鄙賤(비천)하고 鄙陋(비루)하다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그래서 圖는 중심도읍을 뜻하는 국과 변방마을을 뜻하는 P가 결합된 글자이다. 지도(圖)란 모름지기 도읍(국)과 변경(P)을 함께 그려 넣어야 한다는 뜻에서 地圖(지도)라는 의미가 나왔다.

1973년, 초나라의 옛 수도였던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의 마왕퇴라는 무덤에서 기원전 2세기 때의 비단에 그려진 정교한 지도가 여러 장 발견되었다. 어떤 지도에는 그 지역의 도시와 시골 마을은 물론 산과 강을 비롯해 말이 다니는 길까지 정교하게 그려졌으며, 또 다른 지도에는 군사요지와 마을의 몇몇 중요한 집의 이름은 물론 그들 간의 거리까지 표기되었고 세 가지 색깔을 사용해 이들을 구분해 두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중국 최고의 지도였는데 그 정교함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地圖는 이렇게 상세하고 모든 지역을 정교하게 그려 넣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그리려면 몇 번이고 구상하고 생각을 반복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圖에는 ‘미리 생각하다’는 뜻까지 생겼는데, 意圖(의도)나 圖謀(도모)는 모두 그러한 용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企圖는 ‘탈출을 企圖하다’는 용례에서처럼 목적하는 바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몇 번이고 구상하고 세밀하게 설계하여 지도를 그리듯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企圖는 발꿈치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企의 자원에서 볼 수 있듯 주로 실현되지 아니한 일을 나타낼 때 자주 쓰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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