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시인’ 이광래 우미건설 회장 詩碑 세워

  • 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47분


“구림의 오솔길 정다운 길/꼬불꼬불 꼬부랑 길/산새 함께 가는 길. 옛 고승 다녔던 길/도갑사에 이르는 길/왕인박사도 오고간 길/정취 스며 있는 길. 다시 오고 싶은 길/연인과 같이 거닐고 싶은 길.”

전남 영암군 군서면 월출산 왕인박사 유적지에서 산책로를 따라 1.3km 정도 오르다 보면 오른편에 화강암 위에 세워진 시비(詩碑)가 있다.

이 시비는 국내 중견 건설업체인 우미건설㈜ 이광래(李光來·70) 회장의 작품 ‘오솔길’을 새긴 것.

이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로 사업이 어려울 때 월출산을 자주 찾았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면서 ‘오솔길’의 시상을 떠올린 이 회장은 나무판에 시를 적어 길가 소나무에 달아 놓았다.

영암군은 등산객들이 이 시를 애송하는 등 반응이 좋아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14일 시비를 건립했다.

이 회장은 “시집을 낼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 시를 쓰고 암송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시인’”이라며 “산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기교 없이 표현했을 뿐인데 길손들의 마음에 와 닿은 것 같다”고 말했다.

1986년 아파트 건설업에 뛰어든 그는 그동안 서울 등 수도권과 광주 등지에 2만5000여가구를 지었고 현재 15곳에 6300여가구를 건설 중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 도급순위는 66위. 1999년에 사재 87억원을 회사에 내놓은 것을 비롯해 영세민들의 노후주택을 개·보수해 주는 ‘사랑의 집짓기’ 행사를 오랫동안 후원하고 있는 자선사업가로도 알려져 있다.

영암=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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