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유정옥씨(48).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하나로교회(02-978-3877)에서 남편 이영도 목사(58)의 목회 활동을 돕는 주부다.
유씨의 글은 남편이 1983년 사업에 실패한 뒤 기독교에 귀의해 목회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잔잔히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건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1989년 7월 31일 서울 종로5가 로얄빌딩 12층에 교회를 열었을 때, 폐결핵과 가난에 시달리던 한 신자의 아들이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지가 숨을 안 쉬어요.”
경기 성남시까지 달려간 유씨는 그 신자의 장례를 치르고 빈소를 지켰지만 망자의 친척은 보이지 않았다. 영안실 한구석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2학년 딸만 울고 있을 뿐이었다. 아들이 둘이었던 유씨는 이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이들의 부모가 될 수 있음을 오히려 감사드리며….
유씨 부부는 일부러 험한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처럼 보였다.
1987년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역할 곳을 찾던 부부는 서울 강남의 큰 교회를 마다하고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중증 장애인 교회를 택했다. 1988년 종로에서 교회를 할 때는 인근 노점상의 아이들 70여명을 무료로 맡아 탁아소를 운영했고, 상인들에게는 숭늉과 잠 잘 곳을 제공하는 쉼터를 열기도 했다.
1990년 개척을 시작한 하나로교회는 철거 이주민들과 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중계동 시영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4층 건물의 지하층인 이 교회는 24시간 열려 있어 추위와 비를 피하거나 쉴 곳을 찾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머물 수 있다.
100명 남짓한 신자들 중 한 달에 10만원 이상 헌금하는 가정은 두 곳뿐이다. 헌금으로는 교회 운영조차 힘들다. 그러나 유씨는 “정말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도와 주신다”며 웃었다. 교회 십자가 탑이 고장 나서 애를 태우면 전기공이 나타나서 몰래 고쳐주고 돌아가고, 돈이 모자라 안절부절못하면 누군가가 마지막 순간에 돈을 들고 왔다.
유씨는 자기 부부가 하는 일이 절대 구제활동은 아니라고 했다.
“사귐이지요. 서로 주고받는 나눔이고요. 하나님의 선한 뜻을 심부름할 뿐입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유씨의 이야기에 감동받은 동문들이 글들을 책으로 묶자며 5월 한 달 동안 모금을 했다. 100여명이 866만원을 내서 지난달 말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크리스챤 서적)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입소문만으로 벌써 6000부가 나갔다.
유씨는 “아직도 이 세상에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보배롭고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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