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7월 23일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던 지학순(池學淳)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를 주장하는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체포되자 이에 항거하는 김승훈 함세웅 김병상 등 젊은 가톨릭 사제 300여명이 9월 2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을 결성했다.
사제단은 1976년 3월 1일 ‘민주구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또 김지하 시인 구명운동,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 의문사 진상규명 운동, 인혁당 사건 진상규명 운동 등 인권운동에도 앞장섰다.
1980년대 초에는 은폐됐던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밝히는 데 주력했고, 1987년 5월 18일에는 김승훈 신부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이 축소·조작 및 은폐됐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김 신부의 폭로는 동아일보의 특종보도로 이어져 6·10항쟁을 촉발시켰고, 민주화를 앞당기는 촉매역할을 했다.
1990년대 들어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의 사회적 발언권이 세지면서 그 영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사제단은 계속해서 사회정의와 평화를 위한 일에 힘쓰고 있다.
사제단 결성 이후 29년간 실질적으로 사제단을 이끌었던 김승훈 신부는 지난해 타계했고, 공동대표를 오래 해 온 함세웅 신부는 현재 서울 제기동성당 주임신부로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결성 이후 3, 4인의 공동대표제를 유지했지만 2002년부터 문규현 신부(전주교구 부안성당)가 대표를 맡고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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