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회 교수들 “KBS, 정권과 한목소리”

한국언론학회와 KBS가 ‘전환기의 한국형 방송저널리즘’을 주제로 23일 서울 여의도 KBS 국제회의장에서 공동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KBS의 편파보도에 관해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대다수 언론학자들은 공영방송의 편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언론학회장인 박명진(朴明珍)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탄핵방송 공정성 논란 이후 최근까지도 KBS의 공정성 문제가 학자들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부에서는 KBS 구성원들의 정치적 편파성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그보다는 사회변화에 공영방송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방향감각을 잃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손태규(孫太圭)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방송 신문 인터넷신문 모두 공정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방송은 다른 매체보다 공정성의 잣대를 훨씬 더 엄격히 적용받아야 하며 이는 방송의 숙명이다”고 지적했다.

심재철(沈載喆)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발표문 ‘세계 공영방송의 딜레마’에서 “세계적으로 보수정권이 들어섰을 때 정부와 방송은 갈등을 빚고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정부와 공영방송이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공영방송은 정권과 늘 한목소리를 내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영방송이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KBS 보도본부 전략기획팀 김종명(金鍾明) 기자는 “문제가 있는 한두 개의 프로그램을 놓고 전체를 부정하지 말고 긍정적인 기능도 함께 봐 달라”면서 “우리를 권력의 하수인이라고 하는데 구체적 근거가 없다면 그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반박했다.

강명구(姜明求)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특정 정권 지지 여부로 방송의 공정성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KBS는 한국 사회의 변화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지 정권적 수준에서의 편파 시비에 말려 들어가면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창근(李昌根)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요즘 KBS 기자들은 너무 자기 확신에 찬 나머지 국민을 선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당의 선전도구였던 저널리즘과 닮아 있으며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인규(金仁圭) KBS 이사는 “지금은 정치권력이나 상사로부터의 압력은 없지만 대신 시민단체나 노조의 영향력이 커졌다”면서 “공영방송은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