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신봉자’인 이봉수씨(48·한국토지공사 기획조정실 부장)가 4년간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를 발로 답사해 쓴 ‘이순신이 싸운 바다’(새로운 사람들)를 펴냈다. 그는 “남해안 동쪽 부산포해전지부터 서쪽 진도 인근의 명량해전지까지 일일이 답사했다”며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00년 넘게 지났지만 이순신 수군의 전승 흔적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제대교 아래 물길을 흔히 ‘견내량(見乃梁)’이라고 합니다. 어민들이 ‘갯내량’이라고 부르는 데서 나왔지요. 바닷물(갯)이 시냇물처럼 빨리 흐르는 물길이라는 뜻입니다. 이순신은 한산대첩 당일 아침 판옥선들을 이곳으로 보냈습니다. 왜구들은 상대 선박에 근접해 기어오르는 전술을 선호해 좁은 갯내량에 우리 판옥선이 나타나자 정신없이 쫓아왔지요. 73척이나 되는 왜선들이 결국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돼 포격전에 나선 우리 수군에 완파됐습니다. 어민들은 ‘갯내량’이라고 부를 때마다 한산대첩을 떠올리곤 하더군요.”
그는 이 밖에도 남해안의 ‘두억포’는 왜구들 머리를 수없이 벤 곳, ‘개미목’은 개미떼처럼 많은 왜구들을 수장한 곳, ‘하포’는 이순신이 군수품을 하역한 곳, ‘고동산’은 망군(望軍)이 이순신의 수루를 향해 고동을 분 곳임을 구전(口傳)을 통해 확인했다.
경남 마산시 바닷가에서 자란 그는 영국에서 환경계획을 공부하고 1999년 경남 창원시의 토지공사 경남지사에서 근무하게 되자 이순신 전적지를 훑기 시작했다. 2001년 경기 성남시 분당의 본사로 옮겨와서는 경남 통영시 오곡도에 있던 폐가를 사들여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고는 태풍이 불 때를 제외하곤 주말과 휴가 등을 이용해 모두 140여 차례 남해안으로 내려갔다.
토지공사 박물관 소장품인 조선지도 ‘동여도’ 복사본과 현재 지도, ‘난중일기’, ‘이 충무공 전서’, 카메라를 늘 갖고 다녔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이순신의 첫 해전인 옥포해전부터 마지막 노량해전까지의 전황과 옛 지도, 현장 답사기, 사진 등이 가득하다. 그는 “문헌에서 취재한 이순신 관련 서적들을 읽어 봤지만 현장감과 고증에 한계를 드러내곤 했다”며 “나는 역사학이나 지리학 분야의 아마추어지만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가 오늘날 어떻게 변했는지를 직접 확인해 현장감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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