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최수지(36)가 최근 드라마 촬영을 위해 대구의 집을 떠날 때 딸 백진아(7)가 엄마에게 물었다.
그는 1997년 결혼한 뒤 처음으로 MBC 아침 드라마 ‘빙점’(극본 조희·연출 강병문·월∼토 오전 9시)에 출연한다. 4일 첫 방영. 최수지가 TV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96년 SBS ‘부자유친’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일본 작가 미우라 아야코가 64년 발표한 동명 작품.
최수지가 맡은 역은 하윤희(원작의 나쓰에). 하윤희는 일에만 몰두하는 의사 남편 때문에 외로워하다가 남편의 후배와 불륜에 빠진다. 어린 딸이 유괴범에 살해당하기도 한다.
“결혼한 뒤 미국에서 살다가 2002년 남편(한국계 미군 군의관)이 한국 근무를 자원해 귀국한 뒤 대여섯 편의 드라마 출연 섭외가 들어왔지만 거절했어요. 딸과 떨어져 있은 적도 없고 남편도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젠 남편도 신뢰해주고 아이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이가 돼 용기를 냈죠.”
그는 원작을 읽으며 하윤희의 캐릭터에 푹 빠졌다. 쇼팽을 좋아하는 하윤희는 겉으론 차갑지만 속으론 뜨거운 열정을 가진 여인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친정에 온 것처럼, 초등학교 친구를 만난 것처럼 ‘연기’가 푸근하게 느껴져요. 하윤희 역할도 물 흐르듯 편안하게 하고 싶어요.”
그는 20세 때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87년)로 데뷔한 이래 ‘토지’ 등에서 정상의 인기를 누리다 결혼과 함께 은퇴했다. 결혼 덕분에 그는 새로운 인생에 눈을 떴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동안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얘기하는 법을 배웠다’ ‘눈가 주름이 늘어나는 만큼 겸허해졌다’는 등 연륜이 배어나는 말을 자주 했다.
“딸에겐 모니터를 거쳐 드라마 ‘빙점’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엄마, 예쁘게 나와?’라고 물으면서요.”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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