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이 있는 학자가 사망할 경우 사망 당일 또는 다음날 관계 부처의 건의를 거쳐 훈장이 추서된다. 원래 훈장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가 있은 뒤 수여되지만 사회적으로 공적이 큰 저명인사가 사망했을 때는 훈장을 먼저 수여한 뒤 나중에 절차를 밟는다. 5월 세상을 떠난 구상(具常) 시인과, 6월 별세한 전철환(全哲煥) 전 한국은행 총재에게 추서된 훈장이 그런 예다.
그동안 역사학계는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훈장이 추서되지 않자 의아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8월 중순 안병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한 지인에게서 고인들에게 훈장이 추서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해들은 뒤 직접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훈장 추서를 건의했다고 한다. 또 고인들이 오랫동안 회원으로 있던 대한민국학술원에서도 훈장 추서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 교육부 학술연구지원과가 고인들을 훈장 추서 대상자로 추천했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고인들이 세상을 떠난 지 각각 4개월, 3개월이 지난 뒤 훈장을 받게 된 것이다.
고 선생은 서울대 교수와 총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문화재위원장 등을 지냈고 이 선생은 이화여대 서강대 한림대에서 교수로 후학들을 길렀으며 ‘한국사신론’ 등의 저서를 남겼다.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鄭玉子) 교수는 “학문적으로 공적이 큰 분들에게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기다리느라 답답했다”며 “두 분의 공적이 뒤늦게나마 인정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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