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絃의 대부’안용구교수 회고록 펴내

  • 입력 2004년 9월 30일 19시 04분


1950, 60년대 한국 현악교육의 ‘대부’로 불렸던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안용구(安容九·76·전 미국 피바디 음대 교수·사진)씨가 회고록 ‘한 마리 새가 되어’(한길아트)를 펴냈다. 정경화 강동석 김영욱 강효 김민씨 등 한국의 대가급 바이올리니스트를 길러낸 그는 이 책에서 음악가의 길을 반대한 선친과의 갈등, 유학생활,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던 일, 미국 이민과 피바디 음대 교수 활동 등을 담았다. 현재 볼티모어에 살고 있는 안씨는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뮌헨 음대와 런던 길드홀 음대 등에서 수학한 바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오늘날 대가로 성장한 제자들의 유년시절을 회고한 부분. 안씨는 “정경화씨는 어려운 곡을 빨리 배웠으며 기술이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2년 정도 레슨을 받은 뒤 성인 바이올리니스트도 선뜻 손대지 못하는 비니아프스키의 협주곡을 연주했다는 것. 김영욱씨에 대해서는 “브루흐의 협주곡 연주 도중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정도로 감성이 풍부했다”고 회고했다.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벌 세노프스키가 한국에 왔다가 당시 서울대 음대 1학년생이던 강효씨(현 줄리아드음악원 교수)의 연주를 듣고는 그 자리에서 “피바디 음대에 입학시키겠다”며 유학 절차를 미 대사관에 알아보다가 연주회에 늦을 뻔한 일, 1974년 정부의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 때 미국에서 음악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동아일보에 격려 광고를 실었던 일화 등도 소개했다.

9일 오후 5시 경기 파주시 헤이리 북하우스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출간기념 음악회에서는 안씨와 제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첼리스트 이종영씨 등이 브람스 현악 6중주곡을 협연한다. 031-955-2032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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