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비즈니스 생태학’…‘지구 주식회사’가 살아남는 법

  • 입력 2004년 10월 1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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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태학’의 저자 폴 호켄은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역인 기업들이 환경보호로 인센티브를 얻는 시스템이 정착될 때 ‘청정지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뗄 수 있다고 말한다. 1984년 인도 보팔시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유독가스 누출사고로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회사측의 무성의한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비즈니스 생태학’의 저자 폴 호켄은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역인 기업들이 환경보호로 인센티브를 얻는 시스템이 정착될 때 ‘청정지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뗄 수 있다고 말한다. 1984년 인도 보팔시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유독가스 누출사고로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회사측의 무성의한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비즈니스 생태학/폴 호켄 지음 정준형 옮김/359쪽 1만5000원 에코리브르

오늘날 세계는 지구가 1만일 동안 축적한 에너지를 하루에 태워 없앤다. 인류문명이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가까운 길은 걸어 다니고, 난방 온도를 낮추자!”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범은 개인도, 가정도, 심지어 국가도 아닌 ‘기업’이며, 개인의 노력이란 기업의 행위에 비할 때 ‘타이타닉호에서 티스푼으로 물 퍼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환경 우수기업에 표창을 ‘많이’ 하면 어떨까. 역시 좋은 답은 아니다. 기업은 훈장이나 상장이 아니라 이윤 동기에 의해 굴러가도록 설계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해법 찾기는 분명하다. 기업이 오늘날 환경 파괴의 주역임을 인식하고, 그럼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지배적이며 효과적인 제도가 ‘기업’임을 인정하는 것이 전제다. 그렇다면 해답은? 기업이 환경을 존중할수록 더욱 이득이 되는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경제’라는 용어가 그동안 왜곡돼 왔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장사꾼들의 외침과 신선한 활력의 이미지가 깃들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경제’는 이런 장터의 건강함과 거리가 멀다. 대기업 위주의 현대 시장경제 아래서는 환경파괴를 방치할수록 이윤도 늘어나게 된다.

이는 시장경제 자체의 결함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장사를 해 온 데 있다. 쓰레기를 치우는 인력을 사용하지 않고 장사를 하면 더 싼값에 팔 수 있지만 장터는 엉망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장 중대하고 핵심적인 정보, 즉 환경파괴 비용이 시장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데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보호 노력이 기업의 이익으로 작용하도록 하기 위해 저자는 몇 가지 제안을 내놓는다.

‘교토 의정서’에서 제안된 국가간 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처럼 기업들도 ‘오염물질 배출권’을 거래 또는 대여할 수 있도록 하며,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으면서 재활용 가능한 물건은 소비자가 사용을 마친 뒤 제조사가 전량 회수하도록 의무화한다.

그동안 상품(goods)에 부과돼 왔던 세금은 차차 환경오염물(bads)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바꾸어 나간다. 이렇게 하면 기업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환경파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 나가게 되며, 이는 고용 창출과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도 이득이 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저자의 혜안은 여기까지다.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 내고 제도화할 것인가. 그 실천방안에 이르면 저자는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저자도 고백하고 있듯이 이런 제도화가 일개 국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적 노력이 기업에 이득이 되도록 하는’ 새로운 경제제도를 세계 전체가 국제적 협약으로 일시에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염시설은 얼마든지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이전되기 마련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저자의 적절한 해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저자의 호소는 긴급하며 절박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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