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킨’… 20만년전 아프리카, 모험 떠나는 아이들

  • 입력 2004년 10월 1일 16시 46분


20만년 전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소설 ‘킨’은 매족에서 떨어져 나온 아이들의 모험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사진제공 문학수첩
20만년 전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소설 ‘킨’은 매족에서 떨어져 나온 아이들의 모험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사진제공 문학수첩
◇킨(전 4권)/피터 디킨슨 글 최인자 옮김/각권 190쪽 내외 각권 7500원 문학수첩리틀북스(중 1∼3년)

몇 년 전 영국 BBC는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호평을 받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와 섞여 살기도 했다는 네안데르탈인을 다루면서 이들의 생활을 드라마같이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의 동화작가 피터 디킨슨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최초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삶을 4부작으로 엮었다. 찰스 다윈이 말한 ‘인류가 태어난 요람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화석화된 선사시대가 아니라 주인공들의 생생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픽션의 시대를 만들어 냈다.

20만년 전의 아프리카. 최초의 인류가 탄생했다. 이 새로운 인류는 똑똑했고 강인했으며 무엇이든 잘했다. 그들의 수는 날로 늘어났고 그들은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땅을 찾아 점점 밖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이런 일이 오랜 간격을 두고 파도처럼 되풀이됐다.

디킨슨은 “그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살아 온 땅을 떠나서 새로운 곳을 찾아야만 했다”며 “이 책은 그 첫 번째 물결이 시작된 직후의 인류들, 즉 부족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The Kin(더 킨)’이란 원제가 바로 사전적 의미로 ‘집합적 친족 동족’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중에서도 매족의 어린아이들이다. 이방인과의 전투 끝에 간신히 살아남은 부족의 어른들은 부모를 잃은 네 아이 코와 마나, 오탄, 티누를 사막에 버리고 간다. 그러나 수드와 놀리는 이 버려진 아이들을 구하려고 한밤중에 자신들의 부족을 떠난다.

아이들은 화산 폭발,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와 거대한 악어, 식인 사자, 그리고 무시무시한 이방인 부족과 같은 사나운 적을 만나 숱한 어려움을 겪는다. 빠른 이야기의 전개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숨에 전 4권을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제1권 ‘수드이야기’는 수드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들의 부족을 떠난 수드는 놀리와 함께 버려진 아이들을 데리고 살기 좋은 새로운 땅을 찾아 모험에 나선다.

수드는 용감하고 판단력이 뛰어나다.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못한 소년이지만 주변을 잘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합리적 판단에 따라 부족을 이끄는 리더십이 강한 인물이다.

티누는 마르고 왜소하며, 이상하게 생긴 자신의 얼굴을 부끄러워해서 감히 누군가와 친구가 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소녀다. 하지만 그녀는 손재주가 뛰어나고 영리하다. 티누는 이 같은 영리함으로 수드가 원숭이족으로부터 아이들을 탈출시키는 것을 돕는다.

놀리는 신비한 영적 능력을 지닌 소녀다. 아이들은 수드를 아버지로, 놀리를 어머니로 생각하는데 수드가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지닌 인간의 모습을 대표한다면 놀리는 이성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또 다른 면을 표현해 준다. 놀리는 제2권에서 주인공이 돼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끈다.

놀리가 한시도 떼어놓지 않는 인물이 동생 오탄이다. 오탄은 겨우 일어설 수 있을 뿐이고 뭔가를 깨닫기에는 너무 어리다.

코와 마나 역시 제1권에서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러나 남자 아이 코는 창의성과 모험심으로, 평범한 여자 아이 마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씨로 제3권과 제4권의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결국 우리 인류는 이러한 품성의 결과로 현대까지 살아남았던 것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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