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의 삶에 대한 책이 아니라 마돈나가 만든 신화에 대한 이야기다. 즉 ‘마돈나 마케팅’에 관한 책이다. 마돈나 마케팅이란 한마디로 ‘다양한 가면’이다.
프랑스 루앙대에서 미국문화와 여성학, 대중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마돈나가 끊임없이 파격적인 변신을 하면서 스스로를 어떻게 창조하고 만들어 갔는지, 그녀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출연 영화, 각종 인터뷰를 통해 샅샅이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마돈나라는 창을 통해 미국이 지닌 모순과 근심, 성과 종교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 등을 살펴보았다.
저자에 따르면 마돈나는 좋은 여자이기도 하고 나쁜 여자이기도 하며, 착하면서도 나쁜 여자이고 나쁘면서도 착한 여자다. 처녀이며 성녀이며 어머니이며 요부이면서 스타이자 여왕이자 여신이며 희생양이었다. 직업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15장 모두 지구상의 대다수 나라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판매고를 기록한 세계적 가수이지만, 3편의 연극과 18편의 영화에도 출연했고 최근에는 동화를 쓰는 작가로 변신했다.
저자는 마돈나가 대단히 똑똑하고 지적인 여자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흔히 마돈나가 자신의 말조차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 채 잘 알지도 못하는 틀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고 쉽사리 생각해 버리는데 이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마돈나는 인터뷰할 때 가끔 ‘뇌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곤 한다. 동사도 없는 문장을 말하고, 무식한 사람처럼 욕을 해 대고, 제대로 된 단어도 쓰지 못하고, 마치 평생 동안 책이라고는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럴 때는 그녀의 목소리와 억양에서도 천박한 콧소리가 난다. 그러나 그녀가 인터뷰를 하면서 성숙하고 세련된 태도로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도 있다. 이럴 때 그녀는 목소리마저 달라져 정신분석학, 예술영화, 화가, 교양이 높은 작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 설득력 있게 늘어놓는다. 마돈나는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다. 지적인 머리가 없으면 결코 그런 대스타가 될 수 없을 테니까.”
마돈나의 변신은 끊임없는 연구 결과였다. 그녀는 공연이나 뮤직비디오에서 여러 스타를 재해석했다.
“그녀가 전범으로 삼았던 대상은 메이 웨스트와 마를레네 디트리히다. 마돈나는 이 두 스타에 대해 아주 작은 것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해 연기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녀의 도발은 항상 유머러스하다.”
마돈나는 극찬하는 팬에 대한 서비스는 물론 극단적으로 혐오감을 나타내는 반대자들을 향해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그녀는 무절제, 인위적인 술책, 과장, 관능, 아름다운 외양을 이용해 역사를 시시하게 만들고 신기루와 신화를 만들어 팔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지적인 토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를 분석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사람들의 생각 속에 하도 깊이 침투해 있어서 그들이 나의 존재 자체를 지적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우쭐해진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존재가 되고 싶다.”(마돈나)
원제 ‘Madonna as Postmodern Myth’(2002년).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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