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사할린 한인 사진전 연 가타야마 미치오

  • 입력 2004년 10월 3일 19시 00분


“일본 때문에 고통을 겪은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사할린 한인들의 삶을 사진에 담아온 일본인 사진작가 가타야마 미치오(片山通夫·60·사진)가 1일 모스크바에서 ‘사할린 한국 일본, 화합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

2차대전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돼 사할린으로 끌려갔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버려진 한인들의 삶을 소재로 한 40여점의 작품을 10일까지 모스크바 ‘민족의 집’에서 전시한다.

가타야마씨는 1999년 사할린에 갔다가 우연히 대구에서 온 할머니를 만난 것을 계기로 사할린 한인 문제에 매달렸다. 이 할머니는 50여년 전 사할린으로 끌려간 남편을 찾아왔으나 러시아 여성과 재혼했던 남편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일생 동안 간직해 온 소망이 무너진 좌절감에 통곡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가타야마씨는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해마다 사할린을 찾아 한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서울, 도쿄(東京), 파리 등 전 세계를 돌며 작품전을 열어 사할린 한인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아리랑 곡조에 사할린 한인의 애환을 실은 ‘사할린 아리랑’을 현지 한국어방송을 통해 보급시킨 것도 가타야마씨였다.

사할린 한인협회 박노영 회장은 “당시 끌려간 4만여명 중 이제 생존자는 4500여명만 남았다”며 “늦기 전에 일본의 공식 사과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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