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처드 최:화려한 경력의 20대
리처드 최는 나이에 비해 경력이 화려하다. 뉴욕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을 졸업한 뒤 ‘도나 캐런’ ‘후세인 살라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가 패션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인기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 디렉터로 발탁되면서부터. 킥복싱, 바이올린 등 장기가 다양한 그의 아이디어는 유쾌하고 기발한 ‘마크 제이콥스’ 디자인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캐시미어 브랜드 ‘TSE’의 수석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번 컬렉션을 계기로 ‘리처드 최(Richard Chai)’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걸고 독립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순수함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이번 쇼에서 민트 그린, 누드 베이지 등 온화한 색상과 면, 실크, 나일론 등 서로 다른 옷감의 대비를 통해 여성스러움에 현대적 이미지를 불어 넣었다. 그의 디자인은 ‘실험성과 상업성의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중도적 입장의 미니멀리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두리 정:풍부한 색감 즐겨 사용
브랜드 선별력이 뛰어난 백화점 바니스 뉴욕에 올해 입성한 두리 정. ‘바나나 리퍼블릭’ ‘제프리 빈’의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00년 자신의 브랜드 ‘두리(Doo.Ri)’를 만들었다.
몸에 흐르는 실루엣과 볼륨을 중시하기 때문에 주로 저지 소재를 활용해 입체 재단을 한다. 레드, 네이비블루, 오렌지, 핑크, 터키색 등 풍부한 색감을 즐겨 활용한다.
미국 백화점은 대부분 바이어가 디자이너의 쇼룸을 통해 옷을 직접 매입한다. 재고 부담을 브랜드가 떠안는 국내 백화점의 ‘특정 매입’ 방식과 달리 디자이너가 디자인에만 전념할 수 있는 유통 구조다.
특히 거물급 디자이너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미국 패션계는 필사적으로 젊고 새로운 디자이너들을 찾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를 두고 “이제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시대”라고 단언했을 정도다. 두리 정도 “뉴욕은 누구나 노력하면 마음껏 디자인할 수 있는 곳”이라 말한다.
○ 이영희:개인 한복박물관 열어
그런가 하면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도 음식점과 노래방으로 가득 찬 뉴욕 32번가 한인 타운에 자신의 작품과 소장품 1000여점을 전시한 ‘이영희 박물관’을 열었다.
1977년 ‘이영희 한국 의상’을 연 뒤 1993년 프랑스 파리 포르테에 한국인 최초로 참가해 유럽에 한복을 널리 알린 그가 이제 뉴욕으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왕비복, 활옷 등 전통 한복을 만들어온 그는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 몇 년 전부터 한복 치마에서 모티브를 따 온 이브닝드레스를 만들고 있다.
전통 문화 예술 공연을 상설화할 박물관에서는 자신이 만든 한복을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경력의 길고 짧음을 떠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는 뉴욕.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 육성하기보다 외국 브랜드 수입에 급급한 국내 패션계가 되돌아볼 대목이다.
뉴욕=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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