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여행]안면도 낙조&대하축제

  • 입력 2004년 10월 7일 16시 33분


안면도 꽃지 해변의 일몰.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시야로 번지는 노을이 썰물 때를 맞은 서해바다를 붉게 적셨다.-사진제공 안면도닷컴
안면도 꽃지 해변의 일몰.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시야로 번지는 노을이 썰물 때를 맞은 서해바다를 붉게 적셨다.-사진제공 안면도닷컴
동해에 일출이 있다면 서해에는 일몰이 있다. 어둠이 밀려오면서 푸른 하늘과 바다가 어느 순간 온통 붉은빛으로 변하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안면도의 노을은 우리나라 3대 일몰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장관이다. 낙조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1년 중 날씨가 가장 맑고 청명해 수평선이 뚜렷하게 보이는 10월 중순부터 11월말까지. 이즈음이 되면 안면도 꽃지 해변을 찾는 이들이 많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하루 만에 다녀올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철지난 바닷가의 호젓함을 즐기고 바닷가 민박집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룻밤 지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서해안 3대 낙조’로 손꼽히는 곳

태안에서 30km정도 떨어진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이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섬’이란 뜻을 지닌 안면도는 본래 섬이 아니었다. 문어발처럼 구불거리는 태안반도 서남쪽 끝에 매달린 육지였으나 조선조 인조 때 지방에서 걷은 조세를 배로 운송하기 위해 뱃길을 파면서 섬으로 운명이 바뀐 것. 오랜 세월이 흐른 뒤인 1968년에 연육교가 놓여 육지와 다시 연결된 사연을 지닌 곳이 안면도다.

차를 타고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안면도는 어딜 가나 안면송의 향긋한 솔향이 묻어난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섬 전체가 푸른 숲이라 할 만큼 소나무가 울창해 ‘도끼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살 만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섬을 부드럽게 굽이도는 길을 달리다 보면 차창으로 스며드는 짙은 솔향이 코끝에 맴돈다.

아름다운 서쪽 해안선 굴곡을 따라 섬 곳곳에 자리한 10여개의 해수욕장도 안면도의 자랑거리. 꽃지, 바람아래, 장돌, 밧개, 샛별…. 이름들도 정겹다.

이중 늦가을의 낭만을 온전히 맛보려면 꽃지 해수욕장을 찾아가 보자. 꽃지는 해안에 붉은 해당화가 많아 붙여진 이름. 이곳의 노을은 변산의 채석강, 강화의 석모도와 함께 ‘서해안 3대 낙조’로 꼽힌다.

울창한 솔숲을 등지고 펼쳐진 꽃지 해변은 일렁이는 파도가 하얀 백사장을 거칠게 애무하는 모습만으로도 철지난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 ‘노부부’가 없었다면 이처럼 유명세를 타진 못했으리라.

노부부란 바로 해수욕장 앞에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신라 때 전쟁에 나간 지아비를 평생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든 바위다. 지척에 있건만 평행선을 달리는 기차 레일처럼 영원히 만나지 못한 채 마주 선 두 바위는 언제나 서로를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다.

오랜 세월을 이렇듯 애틋하게 보내온 두 개의 바위는 이곳을 낙조를 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로 만들어 놓았다. 하루를 정리하고 숨어드는 해가 마치 따뜻한 위로처럼 두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모습이 꽃지 해변의 낙조 포인트다.

바다 속으로 불덩이가 풍덩 빠져버리는 듯한 일몰은 참 짧다. 그러나 하루의 생을 마감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운 듯 붉은 잔영은 긴 여운을 남긴다. 바라볼수록 가슴이 아련해지는 느낌이랄까. 낙조의 황홀경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사방이 어둠으로 뒤덮일 때까지 그 묘한 분위기로 인해 자리를 뜰 수가 없다. 일몰 후, 꽃지 해변 주변에는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연인들의 낭만적인 밤이 시작된다.

○ 8일부터 22일까지 ‘백사장 대하축제’

요즘 안면도에 가면 제철을 맞은 대하를 맛볼 수 있다. 안면도 근처 천수만은 국내에서 가장 큰 새우 서식지. 새우는 봄여름에 얕은 진흙바닥에 알을 낳은 뒤 가을에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이들이 다 커서 깊은 바다로 나가기 직전이 대하 수확기다. 안면도의 명물로 떠오른 대하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는 영양덩어리다. 철분과 칼슘, 비타민 B군의 함량이 높아 미용, 강장식품의 으뜸으로 친다.

대하 맛을 제대로 보려면 백사장 포구로 가보자. 안면대교를 넘어 오른쪽으로 5분정도 가면 한때 만선의 기쁨을 누렸을 낡은 폐선들이 몸을 누인 백사장 포구가 나온다. 이곳은 서해바다에서 잡힌 대하의 70%가 들어올 만큼 유명한 대하의 집산지다.

9월부터 12월초까지 자연산 대하를 맛볼 수 있지만, 보통 10월 중순∼10월 말이 영양가 많고 길이가 25cm 전후로 큰 왕새우를 먹을 수 있는 때다. 포구 횟집들은 곳곳에 ‘펄펄 뛰는 왕새우’란 문구를 써 붙이고 앞 다퉈 손님을 유혹한다. 온라인으로 대하를 판매하는 사이트(www.anmyondo.com)도 있다.

대하는 회 또는 탕으로 먹기도 하지만 역시 최고는 구워먹는 것. 탁탁 튀는 왕소금 위에서 고소하게 익어가는 냄새가 연기를 타고 코끝을 찌른다. 이미 짭조름한 바닷물 간이 배어 있어 별다른 양념도 필요 없다.

한창 물이 오른 때이지만 자연산이라 값이 그다지 싸지는 않다. 20∼30마리를 살 수 있는 1kg이 3만∼3만5000원. 그래도 시골인심이라 말만 잘 하면 새우 몇 마리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자연산과 양식산의 가장 쉬운 구별법은 ‘생사 여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은 구별법은 색깔. 양식산은 자연산보다 더 검은빛이 난다. 이것으로도 안심할 수 없다면 아가미를 들춰 보자. 양식산은 주로 개펄에서 자라기 때문에 아가미 사이에 진흙이 끼어 있지만 바다를 헤엄치던 자연산에는 흙이 없다고 한다.

대하만 먹기 심심하다면 싱싱한 조개와 ‘집 나간 며느리도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전어도 먹어보자. 석쇠에 올려 불에 구울 때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전어구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이달 8∼22일에는 안면도 백사장 대하 축제가 열린다. 대하요리 시식회를 비롯해 통기타의 밤, 사물놀이 등의 공연과 함께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노래자랑, 댄스 경연대회, 대형 제기차기, 투호 던지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 문의 새마을부녀회 (041-673-5355), 준비위원장(011-431-0077)

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1박 2일 떠나볼까▼

1. 늦은 오후 안면도 도착-꽃지 해수욕장에서 낙조와 저녁노을 감상

2. 백사장 포구에서 대하 맛보기(1kg에 3만∼3만5000원)-숙박

3. 이른 아침 안면도 자연휴양림 소나무숲 산책하기(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400원)-꽃지 해변∼안면도 남쪽 끝 영목항의 아름다운 도로(17.8km) 드라이브-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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