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몸팔아 취재한다" 성난 女기자

  • 입력 2004년 10월 8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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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몸 팔아 취재하고 있다. 매니저에게가 아니라 내가 일하는 회사에, 내 일에, 내 발품을 팔아 취재하고 있다. 수습기간 밤새 경찰서를 돌며 기사를 썼고 연예부로 옮긴 지금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방송사와 연예인 쫓아다니며 몸 팔아 하루하루 살고 있다.”

한 연예담당 여기자가 지난달 말 ‘기자가 몸 팔아 인터뷰하는 현실’이라는 칼럼을 써서 논란을 일으킨 변희재 브레이크뉴스 편집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CBS노컷뉴스의 방송연예팀 곽인숙 기자는 8일 자사 사이트에 올린 ‘몸 파는 여기자가 변희재씨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그의 칼럼을 읽고 수많은 여기자들이 성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새벽에 언 손을 녹이며 부스스한 모습으로 현장을 뛰어다니는 여기자와 함께 제대로 된 기자생활을 경험해 봤다면 과연 그런 말들을 쓸 수 있었겠느냐”고 비판했다.

곽 기자는 “격무에 시달려 피부는 나빠지고 눈이 부어 렌즈도 못 끼고 거의 매일 마시는 술로 아랫배만 점점 나오는 내 모습에 어떤 매니저가 몸을 요구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이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변 편집장은 지난달 24일 자사 사이트에 ‘매니저가 여기자에게 몸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내용을 담은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 칼럼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

‘최근에 필자는 여성지와 패션지 기자들로부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다. 이들 매체에서 스타를 인터뷰할 때 매니저들에게 뒷돈을 챙겨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심한 경우에는 매니저가 여기자에게 몸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히 벌어진다고 한다. 방송사 PD가 출연을 조건으로 성 상납을 요구하던 과거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스포츠신문, 일간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이런 권력의 변화가 너무나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칼럼이 보도되자 언론사 연예담당 여기자들은 크게 반발했고, 파문이 확산되자 변 편집장은 7일 ‘연예기자들을 모독할 뜻이 없었다’는 내용의 해명성 칼럼을 개제했다.

그러나 여기자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곽 기자는 “여기자들은 ‘어떻게 몸으로 취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느냐’고 화내고 있고, 매니저들도 ‘기자에게 몸을 요구하는 듯 오해를 일으키는 칼럼 때문에 집사람에게 미안할 정도’라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변씨의 칼럼은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언론인의 폐해를 드러내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 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언론인으로서 이런 칼럼을 쓸 수 있는지, 이 글이 가져오게 될 사회적인 파장은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곽 기자는 글의 마지막에서 “이미 연예기자들은 모독을 당했다”면서 “구차한 변명 대신 공적의무가 있는 책임 있는 언론인으로서 그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 기자는 이날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많은 여기자들이 변씨의 칼럼에 분개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기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사태를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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