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의거 9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안 의사의 위업과 사상 재조명’에서 한국 중국은 물론 일본 학자들은 “안 의사의 사상은 단순히 한민족의 독립과 자주성 회복 차원을 넘어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설파한 위대한 사상”이라고 평가했다.
시라이 히사야(白井久也) 전 일본 도카이(東海)대 교수는 ‘일본에서 본 안 의사의 인식 변화 추세’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에서 안 의사는 ‘일본의 영웅’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인식됐으나 최근 일본 역사가를 중심으로 그를 동북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사상가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시각 변화를 일본에서는 ‘등신대(等身大) 안중근’이라고 부른다. 등신대란 축소하거나 과장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 바라보자는 취지의 일본어.
그는 또 “최근 도쿄(東京)의 한 연극극단이 창작극 ‘안중근’을 통해 안 의사를 동양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사상가로 조명해 많은 일본인 관객이 감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중국 다롄(大連)대 유병호(劉秉虎) 교수는 안 의사가 저격을 통해 만주 분할 음모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 의사는 당시 일본이 러시아와 함께 만주를 분할하려던 음모를 저지하는 데 큰일을 했다”며 “만약 중국인이 이토를 살해했다면 일본은 이를 구실로 만주에 출병해 중국을 점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효 전 모스크바대 교수는 “러시아는 당시 친러시아적 인물인 이토가 암살된 데 대해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소개하면서도 “이토의 암살은 독립을 회복하려는 정당한 행위였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 숭모회 황인성(黃寅性) 이사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안 의사가 사형되기 직전 저술한 미완성 작품인 ‘동양평화론’은 동북아가 잘살려면 한국 중국 일본이 단결해야 한다는 것으로 지금의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체를 구상했다”고 강조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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