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언어정책이 과연 있는지, 국어를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 건지, 주체의식의 상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나라가 총체적으로 중병에 걸려있는 건 아닌지 등 온갖 걱정이 떠오른다. 국민 각자가 자기의 언어생활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상황이건만, 엊그제 한글날조차도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국어 홀대의 ‘증거’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국어에 대한 체계적 학습을 시작하는 시기인 초등학교의 국어 시간(월 단위)을 외국과 비교해보면 미국이 317시간, 프랑스가 281시간, 영국이 216시간인 반면 우리나라는 136시간에 불과하다. 여기에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 교수 등이 강의를 하면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정도가 전체 내용의 7% 이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우리말을 놔두고 영어를 남용하는 TV 프로그램 명칭을 비롯해 회사 아파트 잡지 자동차 등의 이름에 국적 불명의 외국어가 남발되고 있다.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곧 세계화인 양 잘못 인식되는 사회심리의 영향일 게다.
지금부터라도 대대적인 국어순화 국민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프랑스가 장장 50년 동안 프랑스어 순화운동을 국민운동으로 전개했던 사실은 거울로 삼을 만하다. 최근 일부 언론사와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는 시험에 한국어능력인정시험을 포함시킨 것은 듣던 중 반가운 일이다. 또한 내년에는 전 국민으로 한국어능력인정시험을 확대하겠다는 소식도 있어 이를 계기로 국어사랑 운동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최정기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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