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그레그 다이크 前 BBC사장

  • 입력 2004년 10월 10일 2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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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는 (논란의) 책임을 늘 언론에 떠넘긴다.”

MBC 초청으로 내한한 그레그 다이크 전 영국 BBC 사장(57)은 9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BBC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경우 정부는 그 논란을 BBC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모든 정부들이 국익에 따라 정책을 결정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점은 늘 의문에 싸여 있다”며 “공영방송은 정부나 특정 정당을 대변해서는 안 되며 정치 사회적 이슈를 최대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는 영국 정부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지적한 BBC의 보도에 결함이 있다고 허튼조사위원회가 결론 내리자 1월 사임한 바 있다. 그러나 7월 말 나온 영국의 버틀러 보고서에서는 BBC 보도가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으며, 최근 미국의 이라크서베이그룹(ISG)은 이라크에 WMD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이크 전 사장은 이에 대해 “면죄부를 받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은 정치적 입장을 갖도록 법적으로 보장돼 있으나, 방송은 정치적 입장을 지닐 수 없다”며 “BBC의 앵커나 리포터는 어느 자리에서든지 특정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에서 200만명이 이라크 반전 시위를 벌일 때도 BBC의 독립성을 위해 시위에 참가한 직원들은 이라크전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맡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9월 자서전 ‘그레그 다이크:인사이드 스토리’에서 WMD 관련 BBC 보도 파문의 뒷이야기를 다루면서 절친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집권당인 노동당에 5만파운드(약 1억원)를 기부할 정도로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는 “이라크전 개전 당시 정부는 BBC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노동당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정부의 문제 제기가 타당한 측면도 있지만, BBC는 어느 정부에서나 압력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매체 환경의 변화에 대해 “경쟁이 심해지면서 영국을 비롯해 세계 방송사들의 수익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신문도 마찬가지”라며 “정보 혁명기에 정작 정보전달 매체들이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크 전 사장은 12일 리더십을 주제로 MBC 임직원들에게 강연하고, 13일에는 방송협회 주관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과 정치’를 주제로 한 강연회도 갖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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